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과 금융·외환 부문 협력에 물꼬가 트이면서 그간 중단됐던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면 외환시장 안정과 불안 심리 완화에 도움이 돼 호재다.
21일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환시장 안전판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의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 안보와 첨단 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외환 분야 협력으로, 통화스와프는 관련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양국 간 통화스와프는 2015년 종료된 이후 8년째 중단된 상태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첫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2011년 10월에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급랭하면서 통화스와프 규모도 점점 줄어 100억 달러 수준까지 쪼그라든 뒤 2015년 2월 만기를 끝으로 종료됐다.
2016년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재개됐지만 '평화의 소녀상' 설치 문제 등으로 협상은 번번이 중단됐다. 일본이 통화스와프 협상을 경제적 의미보다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엔화가 여전히 기축통화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한·일 통화스와프가 다시 체결되면 금융·외환시장에 작지 않은 심리적 완충 기능을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엔화 확보는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이 통화스와프를 포함해 추가적인 외환 방어책 보유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다만 한·일 통화스와프 관련 의제가 당장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자본시장이나 외환보유액, 환율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시급한 사안이 아닌 것도 맞다.
실제로 한·일 양국은 윤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관계 회복 논의를 이어가면서 통상·무역 협력 강화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 리스트)'를 원상 회복하는 등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도 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한·일 관계 개선은 양국 경제 모두에 도움을 준다"면서 "관계 정상화 이후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효과 극대화 방안을 고민하고, 한·일 통화스와프 재가동 등 금융 안정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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