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야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지난 17일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접견한 일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시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딸이 한국어를 독학해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양국 간에 대중문화 교류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고,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곧 방한해서 한국 야당의원들을 만나서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은 여야 없이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하는데, 한국 야당은 반대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 야당이 보기 부끄럽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을 만나 방일 성과 등을 설명할 자리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분위기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의 반목을 '담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잘 지내던 이웃집이 있는데 물길 내는 문제로 서로 담을 쌓기 시작했다고 치자"며 "담을 허물지 않으면 둘 다 손해인데, 그냥 놔둬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상대가 담을 허물기만 기다리기보다 내가 '이거 봐' 하면서 먼저 허물면 옆집도 그 진정성을 보고 같이 허물게 되고, 그러면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에 대한 일종의 '햇볕정책'으로 우리가 먼저 선의를 갖고 선제적 조치를 한다면 일본 측도 호응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내달 일본 지방선거 등을 마치고 올해 안 한국을 답방할 때 어떤 '성의'를 보이느냐에 윤 대통령의 '믿음'이 국민들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