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걷힌 美 반도체법···반도체 수요 상승기 땐 '우리기업 中공장' 사업성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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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3-03-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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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 中설비 운영 차질 없지만

  • 시장 살아나면 5%제한룰 걸림돌

  • 정보 공개 등 독소조항도 리스크

시장의 불황이 전화위복이 됐다. 미국의 반도체법으로 중국 공장에 대한 투자 제한이 생겼지만, 수요가 줄며 국내 기업에 당장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수년 내 돌아올 반도체 상승기에 중국 공장의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어 우려가 커진다. 여기에 보조금 지원 조건 등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칩스법)상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 초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일단 한시름 놨다는 반응이다. 당초 예상했던 완전한 투자 불가가 아닌 5% 이상 확장 불가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생산량 확대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업그레이드 역시 가능하다. 또 최근 들어 경기침체로 오히려 감산을 고려하고 있어 타격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수요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때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계측한 바에 따르면 과거 반도체 산업의 경기 사이클 주기는 평균적으로 상승기가 약 3년(38.7개월), 하강기가 약 1년(12.1개월) 동안 지속됐다.
 
업계는 이른바 ‘5% 룰’이 향후 2~3년 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공장에 문제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 내로 투자 및 기술 고도화가 가능하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시장의 상승과 하강 시기에는 각각 나타나는 수요 차이가 상당히 크다. 앞서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시기였던 2017~2018년에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전체 매출은 이전 대비 크게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4204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 2018년에는 476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4%가량 증가했다.
 
호황기 직전이던 2016년 매출 3435억 달러보다 각각 22.4%, 38.8%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반도체 생산량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5% 룰이 지속한다면 중국 공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중 중국향 비중은 약 30%로 적지 않다. 이에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할 경우 양사가 점진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탈중국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4분기 웨이퍼 투입량 기준 삼성전자는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27만장을 생산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각각 20만, 9만3000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단순 환산했을 때 연간 기준의 5%는 삼성전자 5만4000장, SK하이닉스 각각 4만장, 1만8600장이다.
 
5% 룰 이외에도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다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원 조건에 반도체 핵심 공정에 대한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등이 있어서다. 자칫 핵심 기술이나 중요 경영 정보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작년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관련 1년 유예 조치도 올해 10월까지인 상황이라 이에 대한 연장 여부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의 첨단장비 반입은 불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5% 룰 관련 “2~3년 후에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그때 돼서 미·중 관계 등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는 제품 특성상 첨단화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하는 게 중요한데, 만약 대중 장비 유입에 대해 유예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첨단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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