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1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쟁점별 다른 결론을 내면서 정치권의 반응도 극단으로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이라며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결정은 궤변의 극치”라며 “거짓말을 했는데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라고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판결을 옮겨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헌재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169석을 지닌 거대 야당에 국회법이 정한 법사위 심의표결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법사위 패싱권’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9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은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성향 재판관들로, 친 문재인 정권, 친 민주당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헌재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헌재가 법사위원장이 소수 정당 법사위원들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함에 따라 같은 취지인 양곡관리법 등 의회 폭거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도 당연히 획득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헌재의 판단은 국회의 표결 건만을 존중해 법률의 무효화를 선언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헌재의 설립 취지’를 몰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법 절차에 어긋난 의결로 인해 국회의원의 개개인의 심의권을 침해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 법률도 무효 선언을 해줘야 헌재가 입법권을 견제하는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런데 오늘 헌재 결정은 그런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헌재의 결정 자체가 검수완박의 당위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권력기관 개혁은 시대의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었다”며 “헌재의 결정은 헌법 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 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호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은 시대의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었다”며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검찰개혁 입법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오로지 ‘검찰 독재정권’을 위해 국민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헌재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국민과 국회를 존중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헌재 판단을 계기로,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 작업, 즉 형사사법행정체계를 완성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헌재의 판단을 존중했다. 그는 “헌재가 국회의 법안처리 과정의 일부 하자는 인정했지만, 국회의장의 법안 가결 선포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헌재도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헌재의 판결로 인해 한 장관이 그간 주장해 온 검수완박 반박 논리가 틀린 꼴이 됐다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재의 이날 판결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는 법령에 의한, 즉 입법권자인 국회의 권한이자 판단사항임을 명시한 결과”라며 “한 장관이 그동안 해왔던 주장의 논거 대부분이 틀렸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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