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대출과 세제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규제 완화 조치 이후 최근 매수심리가 회복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멈춘 지역도 나타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 카드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을 꺼낼지 주목하고 있다.
28일 국토부 등 정부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안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전매제한 완화는 국토부가 1·3 대책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3년으로 대폭 줄어들고 비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된다.
대출과 세제, 청약 등을 망라한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정책으로 시장에서는 분위기 변화도 서서히 감지된다. 매수 심리가 다소 개선되면서 가파르게 떨어지던 집값 하락 폭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3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5%, 지난해 9월 첫째 주(-0.15%) 이후 가장 낮은 하락 폭을 보였다. 앞서 송파구가 '반짝 반등'을 보인 데 이어 지난주에는 '강남 4구'에 속하는 서초구와 강동구가 나란히 보합세(0.00%)를 보이며 하락을 멈췄다. 아파트 매수 심리도 살아나 3월 셋째주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68.4) 대비 0.9포인트 오르며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급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2월에 2440건으로 급증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월 들어 1157건에 머무르며 주춤하고 있다. 200여 건에 달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대규모 거래를 제외하면 900건 수준에 불과하다. 급매 소진 이후 곳곳에서 반등 거래가 나오면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가격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 카드로 DSR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DSR 규제는 다른 대출 규제 완화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는 DSR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우려가 있어 검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총량이 굉장히 경계해야 할 수준까지 와 있다”며 “가계대출을 풀면 나중에 상환 능력이 문제가 돼 자칫 국가 시스템 리스크로 갈 수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여부도 관심사다. 서울 목동, 강남, 여의도 등 주요 지역에 대한 토허제 지정기한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일각에서는 토허제가 토지 투기거래나 지가가 급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만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현시점에서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대부분 지역이 비규제 지역인 상황에서 토허제마저 해제하면 투기 수요로 인해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 해제에 신중한 자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상당 수준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추가 대책을 발표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사실상 정부가 추가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1·3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 경착륙 여부 등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DSR은 가계부채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 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만큼 토허제 같은 거래 활성화 방안들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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