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인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이 또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 잡혔다. 벤처업계는 3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촉구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국회 법사위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한 뒤 계류를 결정했다. 다만 다음 전체회의 때 다시 논의해 의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사위 소속 대다수 의원은 복수의결권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이에 벤처업계도 이날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왔다. 하지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반대로 결국 계류됐다.
반대 논리는 상법원칙과 상충, 소액투자자 피해 우려 등이다. 박 의원은 “지분이 많지 않은 소액 주주가 의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도덕적 해이와 벤처버블을 낳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폈다.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 창업자‧최고경영자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지게 되면 경영권을 잃고 사실상 투자자가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주당 최대 10배의 의결권(지분율 30% 미만 경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12월 발의했으며,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1년여간 논의를 벌인 끝에 2021년 12월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입법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막혀 있다.
다만 그동안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다음 전체회의에서는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법사위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다”면서 “가장 가까운 시기에 개최되는 전체회의에선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통과 무산으로 벤처업계의 아쉬움은 커질 전망이다. 벤처기업협회를 비롯한 11개 관련 협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척박한 벤처·스타트업생태계에 단비가 돼 줄 복수의결권 제도가 이번 법사위에서는 반드시 통과되길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