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겪은 사례와 같은 '성명모용' 사건은 1년에 1~2건 정도 발생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 하지만 성명모용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되고, 추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바로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 성명모용이란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며 다른 사람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억울하게 범죄자가 됐을 때 형사보상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명확한 결정이 나와 주목된다.
"내가 절도범?"···경찰의 '부실한 신원 확인'으로 시작된 3년간의 고통
A씨는 2018년 지인 소개로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 국내 생활이 익숙지 않았다. 그런 B씨를 위해 A씨는 본인 명의로 된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빌려줬다. 그러던 중 B씨가 물건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B씨 행적을 수사하다 A씨 명의로 된 신용카드 등을 보고 B씨를 A씨로 착각했다.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간 B씨도 A씨인 것처럼 행세했다.경찰은 조사에 앞서 피의자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지문으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이를 게을리한 채 B씨를 A씨로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결국 A씨 이름으로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을 내라"는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우연히 B씨가 자신인 척 재판을 받았고 자신에게 절도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정식재판에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B씨가 성명모용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 지난해 '공소기각' 판결을 이끌어 냈다.
법원 "성명모용 공소기각은 실질적 '무죄' 판결···A씨에 형사비용보상금 지급하라"
경찰 측 실수로 3년 이상 '절도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정신적 고통을 겪은 A씨는 공소기각 판결문을 바탕으로 법원에 형사비용보상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 194조의2 1항은 '무죄판결'이 확정됐을 때에 한해 재판에 소요된 비용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A씨가 근거로 제출한 판결문 주문에는 '공소기각'이라고 적혀 있을 뿐 '무죄'라고 적혀 있지 않다는 게 기각 사유였다.A씨는 곧바로 항고했다. A씨는 "무죄를 명시적으로 선고했을 때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을 때에도 형사비용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2019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배형원 부장판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형사보상금 66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형소법 194조의2 1항이 문언상으로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라고 돼 있지만 이는 '주문 무죄판결'뿐만 아니라 '이유 무죄판결'이 확정됐을 때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구분보다는 실질적으로 무죄 판단이 포함된 판결인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A씨 확정판결에 '청구인이 기소된 절도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다'는 판단이 명확하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한 손영현 국선전담 변호사는 "A씨가 3년 넘게 고통을 받았는데도 공소기각 판결 외에 수사기관 등에서 그 어떤 사과도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형사비용보상을 신청하게 됐다"며 "성명모용 자체가 국가 수사기관이 잘못 기소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을 사건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성명모용 사건에 대해 국가가 반드시 보상을 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수사에 있어 국민 인권 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형사비용보상과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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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비용갖고는 않되지~~중징계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