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통행로로 쓰던 땅, 새 주인이 '통행금지'…대법 "권리남용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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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3-2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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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오랜 기간 사람들이 인접 건물 통행로로 쓰던 땅을 새 주인이 통행금지시키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충남의 한 토지주 A씨가 인접한 땅의 건물주 B씨 등 8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충남 청양에 있는 한 빌딩을 인수한 후 통행로에 펜스를 설치했다. A씨 빌딩 부지와 맞닿은 토지에 건물을 가지고 있던 B씨는 이에 반발하며 펜스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A씨가 빌딩을 인수하기 전 원래 빌딩 소유자는 1994년 B씨 빌딩 소유자에게 통행로 사용 승낙서를 내줬고, 그 동안 B씨 빌딩에 출입하는 사람이나 차량, 인근 주민들이 이 통로를 사용해왔다.

둘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자 A씨는 펜스를 철거하는 대신 그간의 통행료를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이미 펜스를 제거한 점을 고려해 펜스를 없애라는 B씨의 청구를 각하하고 통행료를 달라는 A씨의 청구도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B씨 등이 통행로로 더이상 다니지 못하게 해달라"며 청구취지를 추가해 항소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B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고 부당이득금 총 276만원을 A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부당이득금 지급 부분은 유지하되 통행금지를 명령한 부분은 잘못 됐다며 이 부분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는 옛 토지주가 땅 일부를 통행로로 무상 사용하도록 허락했고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까지 허락하는 등 소유권이 제약된 상태를 알고도 땅을 취득했다"며 "통행을 금지한다면 B씨 빌딩 출입구 위치, 형태, 내부 구조의 특성상 출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돼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에 대해서만 선별적·자의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소유권의 행사에 따른 실질적 이익도 없이 단지 상대방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고통과 손해만을 가하는 것이 된다"며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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