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방위적인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풀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가운데 남은 규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시는 "아직 해제 여부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집값 하락 등 변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어 토허제 지정 연장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 달 중순에 있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수 성수동에 대해 토허제 연장 또는 해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지역은 다음 달 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두 달 뒤인 6월 22일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도 토허제 기한이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토허제로 묶인 강남구·양천구·송파구 등 자치구들은 잇따라 구역 해제를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다. 이전에 구역 지정 당시 부동산 급등세가 진정되고 오히려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투기수요 억제라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양천구가 부동산 시장 중개업소 모니터링과 부동산 거래관리 시스템을 통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거래량은 지정 전보다 매매량이 9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2020년 기준 707건 거래됐으나 2022년에는 86건에 그쳤고 거래 가격도 최대 6억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송파구 역시 부동산 하락기에 집값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1월 1일 기준 잠실동 아파트 84㎡ 공동주택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0% 하락했다. 지난해 잠실동 부동산 거래량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66.32% 하락하면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강남구 또한 압구정동이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21년 4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다가 2022년 1분기 이후 금리 인상 등으로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압구정동 부동산 거래량은 허가구역 지정 전 10%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거래가격 역시 최고가 대비 5억원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올 초만 해도 토지거래구역 해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풀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하면서 토허제 역시 완화 카드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집값이 많이 떨어져 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집값 하락세가 해제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값 하락 수치 등 정량적인 요소와 개발 가능성 등 정성적인 요소를 근거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설정한다”면서도 "정량적인 요소는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들이 재건축 등 개발 가능성을 근거로 한 정성적 요소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인 만큼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구역을 무조건 해제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재건축 단지는 아니지만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새롭게 연장되거나 재지정된 곳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다음 달 3일 토지거래허가가 만료되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연장했다. 일부 지역은 재지정되면서 허가구역이 신규로 지정되며 구역이 늘어나기도 했다. 대상 지역은 노원구 상계동 154-3 19만8160.6㎡와 관악구 신림동 657 일대 7만7046㎡, 금천구 시흥동 810 일대 6만5899.6㎡다. 공공재개발 선정지 94만2049.5㎡도 다시 한번 연장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 또는 해제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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