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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썼나'… 크래프톤 1700억 태워도 주가는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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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3-03-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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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6만주 장내 매수 후 소각 발표하고도 주가는 하락

  • 지난 2월 계획 구체화 수순… 시장선 이미 주가에 반영

[사진=크래프톤]


17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 결정에도 크래프톤 주가가 하락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을 진행하는 것으로 새로운 호재로 해석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다만 크래프톤 주가 수준이 올해 1분기 실적까지 모두 반영된 상태로, 향후 추가 하락보다 우상향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크래프톤은 168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결정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보통주 96만주를 장내에서 매수한 후 소각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매입 시기는 오는 6월 28일까지며 취득한 자사주는 다음날인 6월 29일 소각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이번 자사주 취득·소각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만큼 주가 상승 요인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나눠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이슈에도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0%(5200원) 내린 17만4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2월 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알린 바 있다”면서 “전날 자사주 소각 소식은 새로운 이벤트가 발생한 게 아니라 해소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당시 콘프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질문에 “대락적인 추산으로는 환원 금액 규모가 1400억~1500억원 정도”라면서 “감사 후 재무제표를 확정한 뒤 정확한 금액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때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진행한 바 있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며 “이에 회사 내부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진행하지 않기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점은 향후 주가 흐름이다. 3월 들어 크래프톤 주가는 한때 15만원까지 밀렸다가 최근 상승하며 17만원을 회복한 상태다. 다만 문제는 크래프톤의 1분기 예상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부분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와 2분기 크래프톤의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2167억원, 1386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54%, 14.61%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주가가 하향된 실적을 모두 반영한 만큼 추가 하락보다는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주가는 신작 모멘텀 부재와 기존 매출 감소 우려가 모두 반영된 수준”이라며 “당분간 신작에 대한 추정치는 없기 때문에 주가는 긍정적 신호에 보다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최근 주가가 이차전지 관련주로 몰리는 현상이 있고 기타 종목들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라며 “크래프톤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어 하락에 주목하기보다 반등 가능성을 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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