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전기요금을 통한 원가 회수율이 약 70%에 불과해 사채를 발행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을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 조정이 지연되면 한전채 발행 규모를 더욱 늘릴 수밖에 없고 한전 경영실적 악화가 조달금리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채 쏠림 현상으로 인한 채권시장 교란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전은 밝혔다.
채권 총발행액에서 한전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8%(37조20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벌써 2.6%(5조3000억원)를 차지했다. 한전채 금리는 2021년 6월 1.6%에서 지난해 10월 5.8%, 올해 3월에는 4.3%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발행 규모가 확대되면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역시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할 경우 내년에는 한전법에 규정된 사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 초과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사채 발행에 차질이 생기면 전력구매대금과 기자재·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가스공사도 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8조6000억원의 원료비 미수금이 올해 말 12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미수금에 대한 연간 이자 비용은 약 4700억원(하루 13억원)이 발생한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요금을 38% 인상하며 국민들께 난방비 부담을 드렸지만, 덕분에 겨울철 천연가스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며 "지난 2월 가스 소비량도 기온 영향을 제하면 전년 동월 대비 서울지역에서 잠정 6%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 유럽 국가와의 비축용 LNG 도입 경쟁, 주요 LNG 생산 프로젝트 투자 위축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가스공사의 재정 악화가 LNG 물량 확보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지난 31일 당정이 발표한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가스공사의 재무 상황과 물가,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를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전기·가스요금 조정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3일에는 이창양 장관이 참석하는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요금 조정 필요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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