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 투자에 막힌 시멘트업계…"수급차질 내후년까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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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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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내후년까지 이어지면서 건설과 레미콘 등 다른 산업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30년까지 1000만톤, 2050년까지 2000만톤 이상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시멘트업체는 대대적으로 환경설비 보수에 돌입하며 일부 킬른의 가동을 멈췄다. 정부의 강화된 환경 규제로 당분간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킬른 34기 중 11기가 정기 보수와 환경설비 보수를 위해 가동을 멈췄다. 

시멘트 업체들의 대보수와 재고 부족에 따라 공급량은 최대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업계는 비수기인 12월부터 2월까지 재고를 축적하고 3~6월 성수기를 맞는다. 겨울철 공사가 확대되고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건설·레미콘 업체들의 시멘트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겨울철에 재고를 대부분 소진했다. 일일 재고량은 120만톤에서 현재 60만톤에 그친다. 

쇼티지 현상은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이뤄지는 정기보수는 한두 달 소요된다. 탄소 저감을 위한 설비 보수는 5개월에서 최대 1년이 걸린다. 시멘트 업체들은 앞으로 2~3년간 매년 환경설비 보수에 나설 예정이어서 수급 차질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수급 차질로 월 판매량 중 10~2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과도한 탄소 감축 목표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2030년까지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1.4% 감축한다는 것이 정부 로드맵이다. 생산량, 무상할당 탄소배출권 등을 고려할 때 시멘트업계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16%, 2050년까지 53% 수준까지 탄소를 감축해야 할 것으로 봤다.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시멘트업계 탄소 배출량은 3649만1830톤으로 16%면 600만톤을, 53%면 2000만톤가량을 감축해야 한다. 지난해 시멘트 7개사 탄소 배출량은 약 4027만715톤으로 목표치 달성을 위해 탄소 감축이 시급하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 부담은 커진다. 탄소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은 2016년 100%에서 현재 90%로 줄었고 2050년까지 점차 비중이 낮아질 전망이다. 탄소 배출량을 더 감축하지 못하면 탄소 배출권 유상 구매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시멘트업계는 제품을 톤당 10만원에 팔면 1만원 남짓 수익을 얻는 구조다. 탄소 배출권 가격은 2만원대에 형성돼 있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배출권을 구매하게 될 수 있다. 

세금 부담도 크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대기배출부담금으로 394억원을 냈다. 2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당초 질소산화물 배출농도 허용기준 대비 70% 미만이면 질소산화물 배출 부담금이 면제됐지만 이 기준이 30% 이하로 강화되면서다. 대기배출부담금 부과단가도 2020년 1490원에서 지난해 2130원으로 오르는 등 매년 증가 추세다. 결국 탄소 감축 없이는 대규모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 

시멘트업계는 순환자원처리시설과 폐열발전설비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도 정부 정책에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감축 설비 예산을 2000억원 규모로 설정했지만 실제 보수작업에 들어가니 4000억~5000억원으로 커졌다"며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순환자원처리시설을 뛰어넘는 기술을 내놓지 못하면 결국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고 적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C&E 동해공장 전경 [사진=쌍용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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