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주에서 대국민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관계 입막음'을 둘러싼 수사가 정치적 수사라고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4일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뉴욕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같은 날 밤 8시 15분부터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한다. 기소인부절차는 피고인에게 기소 내용을 고지하고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정치적 박해'나 '선거조작을 위한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뉴욕 검찰은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전직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무마하기 위해 돈을 건네고 기업 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자금을 건넨 점이 입증되면 불법 선거자금 수수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가 되기도 전에 "내가 기소되면 '죽음과 파괴가 있을 것'"이라고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했다.
트럼프 측은 기소인부절차에서 무죄 주장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측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기소인부절차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기소인부절차는 쇼맨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공소장을 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소 사실이 공개되면 이를 분석하고 법적 문제점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뭉치기 시작했다.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4%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8%)를 30%포인트 차로 격차를 크게 벌렸다. 한 달 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6%포인트가량 앞서고 있었지만 기소소식이 알려진 뒤 격차가 커졌다. NBC 뉴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7%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14%포인트를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급진적인 좌파 반란군, 강탈자, 삐뚤어진 정치인에 맞서 지금처럼 지지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감사하다.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FBI와 법무부를 완전히 무기화해 신성한 선거를 방해하고 조작했다"고 올리기도 했다. 자신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를 규합하려는 것이다.
플로리다 연설에서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장도 강력하게 비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이끈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은 민주당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활용해 이번 수사를 정치적 수사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원이 공화당 소속인 자신을 정치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마라라고 리조트 연설에서 브래그 검사장을 비난할 것을 암시했다. 그는 측근들에게 "공격적인 어조로 가야 한다"라고 하거나 "지금은 몰아붙일 때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