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받을 수혜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의 음원 플랫폼인 '멜론'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멜론은 안드로이드와 iOS를 합산한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668만명을 기록하며 음원 플랫폼 중 1위에 올랐다. 멜론이 위탁 운영 중인 삼성 뮤직의 MAU(435만명)까지 합치면 1100만명이 넘는다.
다만 2위 유튜브 뮤직(529만명)과의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해 3월 대비 올해 3월 멜론의 MAU는 10.1% 감소한 반면, 유튜브뮤직은 24.5% 증가했다. 이 때문에 업계 선두임에도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카카오엔터의 SM 인수는 멜론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멜론에 보다 다채로운 콘텐츠와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테면 SM 아티스트가 컴백하거나 신인 그룹이 데뷔할 때 멜론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동영상 서비스 멜론TV 내 오리지널 오디오 코너인 '멜론 스테이션'의 콘텐츠 다변화를 통한 이용자 유입도 전망된다.
한 음악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음원 공개 자체는 다른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이뤄지겠지만, 음반과 관련된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타 플랫폼과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플랫폼이 추진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아티스트 의사에 반해서 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내세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SM 가수들의 공연 티켓 유통이 멜론을 통해 이뤄진다면, 멜론이 진행 중인 티켓 사업의 영향력 확대에도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현재 SM 자회사인 디어유에서 운영 중인 팬 플랫폼 '버블'과의 협업으로 부가서비스 측면에서도 보강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음원·음반 유통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도 이득이 예상된다. SM 아티스트들의 음원·음반 유통은 지난 2018년 2월부터 5년간 '플로'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가 맡아 왔다. 해당 계약 자체는 지난 1월 끝났지만 현재도 SM과의 음원 유통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 드림어스컴퍼니 측의 설명이다. 다만 SM이 언급한 'SM 3.0' 전략에 카카오엔터의 음원 유통 관련 항목이 포함된 만큼 앞으로 카카오엔터가 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카카오엔터의 음원 유통 점유율은 32.8%로 1위다. 만일 예상대로 카카오엔터가 SM과 음원 유통 계약을 맺을 경우 1위 자리가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이 경우 음원 유통 시장 전반에서 카카오엔터가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아티스트들의 음원을 많이 확보했다는 것이고, 음원 유통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더욱 크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해외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SM 소속 아티스트들을 등에 업고 해외 음원 유통 시장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엔터 산하 레이블들의 경우 대부분 카카오엔터가 국내외 음원 유통을 맡고 있기 때문에 SM 아티스트들의 해외 음원 유통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카카오엔터 뮤직부문의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뮤직 부문의 해외 매출은 1419억원으로 국내 매출(7516억원)에 비하면 5분의 1이 약간 안 되는 수준이다.
경쟁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미 멜론이 국내 음원 플랫폼 중에서는 가장 많은 활성 이용자와 유료 가입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SM까지 품으면서 앞으로 B2B와 B2C 양쪽에서 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 대상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음원 플랫폼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음원 유통 등 B2B 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는데, 실제 SM 아티스트에 대한 음원 유통을 카카오가 하게 된다면 B2B 영역에서도 더욱 입지를 굳힐 여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음원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음원을 토대로 공연, 오디오북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고 있고 얼마나 이를 제대로 하느냐가 향후 미래를 판가름하는 주 요인으로 부각된 상황"이라며 "이번에 SM 아티스트 IP를 다수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향후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 확장 시도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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