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막는 유럽 카르텔···한국산 무기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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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권가림 기자
입력 2023-04-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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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력했던 'K2' 노르웨이 수출사업 불발

  • 독일 업체 '대금 페이백' 조건 붙여 수주

  • 계약 안둔 핀란드·루마니아에도 밑작업

  • 우크라전쟁 이후 방산시장 급성장 전망

  • 유럽 내부거래 관행에 후속 지원도 빨라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한국산 무기 수출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K2전차, K9자주포 등이 폴란드 시장에서 활개를 펴자 독일이 각종 로비를 하며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독일산 무기 구매를 회유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뿐 아니라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도 한국산 무기 수주를 가로막고 있어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산 수출 규모는 약 170억 달러로 폴란드와 체결한 수출 계약만 124억 달러에 달한다.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 중 70%를 넘는 셈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올해도 유럽에서 대규모 수주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핀란드와 K9자주포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국은 2025년부터 영국군 주력 자주포 116문을 교체하는 1조원 규모 사업을 앞두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12조원 규모 K2전차 820대를 수출하기 위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 유럽 주무르는 독일 카르텔

독일이 한국산 무기의 유럽 시장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독일은 20년 넘게 전차 최다 수출국 1위를 지키고 있다. 터키와 폴란드, 그리스 등 나토 회원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나토 회원국 간 무기를 구매하면 전쟁 발생 시 부품과 정비 지원을 빠르게 받을 수 있고 연합작전과 군수 지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토 회원국 대부분 독일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K2전차가 주요 수출국이었던 폴란드 시장을 휩쓸자 독일이 견제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분석이다. 현대로템 K2전차 수주가 확실시됐던 노르웨이 사업은 독일 레오파르트2A7 수주로 돌아섰다. 독일은 전차 54대를 대당 450억원에 팔았는데 이 중 100억~150억원 이상을 네덜란드에 페이백(정가로 판매했다가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독일은 당초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천연가스 거래처를 노르웨이로 옮기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K2전차 가격은 독일산보다 2.5배 저렴하고 표적획득·처리 속도는 더 빠르지만 독일산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첫 전차 공급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 레오파르트는 실전에서 활약한 이렇다 할 사례가 없고 미국이나 영국산 전차보다 표적획득·처리 속도가 느리다. 이 때문에 독일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전차 공급을 거부해왔지만 지위가 위태해진 데다 향후 커질 우크라이나 무기 시장을 고려해 서둘러 전차 지원을 결정했다. 

독일은 앞으로 계약에 나설 핀란드와 루마니아와도 수주를 위한 밑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러시아와 인접해 있어 방산업계 주요 고객으로 떠오를 전망이지만 지난달에야 나토 회원국으로 가입해 강국인 독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제기된다. 독일은 유럽 표준 전차 개발 등 나토 회원국 간 무기 공동 개발에도 속도를 내 한국산 무기 견제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우려된다. 독일의 견제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가 유력했던 호주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 독일이 호주 박서 전투정찰차량을 구매하기로 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은 나토 회원국 중 가입비를 가장 많이 내는 국가"라며 "정치적·경제적·외교적으로 회원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우며 한국산 무기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현지화 전략 추진 필요"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나토와 이를 둘러싼 국제정치·외교적 역학관계, 지정학적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기체계 수준이나 품질 등 제품력 외에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나토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28개국이 모두 유럽에 위치한 데다 이들 국가는 과거 수십 년간 회원국 위주로 무기를 거래하는 등 뿌리 깊은 관행을 지속해 왔다.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에 역외 국가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 업체와 손잡고 현지에서 생산을 진행해 후속 군수 지원과 정비를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에 맞춰 현지 지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바르샤바 지부를 추가로 설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와 PGZ 산하 방산업체 WZM과 체결한 컨소시엄을 통해 현지 생산 추진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수출 주력 제품을 발굴하고, 권역별 방산 수출 거점국가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시장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2023∼2032년) 전 세계 국방 예산은 기존 전망치보다 2조 달러(약 2600조원), 무기획득 예산은 6000억 달러(약 78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당분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호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무기를 필요로 하는 국가들이 요구하는 성능·품질·가격과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갖춘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권역별 방산수출 거점국가 확대, 신규 수출 주력 제품 발굴, 틈새시장 공략, 우방국과 방산 공급망 협력 강화 및 리스크 대응체계 조기 구축, 수출 절충 교역 지원 방안 마련, 선진국 수준 컨트롤타워 강화 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로서 글로벌 위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산업계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 절실"

우리 정부는 유럽·아시아 국가들과 연달아 방산협력 행사를 개최하는 등 강력한 방산 수출 지원 정책을 펼치며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선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수출 점유율 5%를 넘겨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방사청에서는 올해 계획된 유럽·아시아 국가들과 진행할 방산협력 행사를 통해 국제 방위산업정책·제도를 공유하고 각국과 방산협력 추진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제 국방·획득 분야 주요 인사들과 공식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등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쓴다. 해외 초청 대표단과 국내 방산업체 간 비즈니스 교류 기회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체들은 무엇보다 산업체 부담을 줄이고 성능과 품질 위주로 무기 체계 개발을 독려하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특히 과도한 지체상금(납기 지연 시 업체가 내는 벌금)은 K방산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꼽힌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방산업체들에 부과한 지체상금은 1조729억원에 달한다. 관련 소송도 최근 5년간 21건에 이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산업은 기업과 국가 간 거래이기 때문에 정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나토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정부 차원에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폴란드에서 포 사격 시험 중인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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