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신(예·적금)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총수신잔액이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여신에서는 기업대출은 증가하면서도 가계대출은 줄어드는 추세가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수신 잔액은 총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532억원 감소했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에 따른 여파로 지난달 정기예금 등 은행 수신상품 금리가 급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월 828조6513억원에서 818조58억원으로 10조6455억원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5대 시중은행에서만 13조원이 이탈하는 등 자금 이동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국에서 통화 긴축정책이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고 시장금리가 안정세로 접어들자 머니 무브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금리 안정화 추세 속에 SVB 파산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험을 선호하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시선이 다시금 높은 물가상승률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 전망보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신 측면에서는 여전히 이자 부담이 상당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0조7661억원으로 전월(685조4506억원)보다 4조6845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 잔액이 512조7857억원에서 511조2320억원으로 1조5537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기업대출은 늘어났다. 2월 710조9236억원 규모던 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개월 사이에 3조7511억원 늘며 714조6747억원이 됐다. 가파른 물가상승과 소비 침체 등의 영향으로 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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