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잡혀가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국 관계자들은 유가 상승으로 생기는 난처함을 잇따라 언급했다.
연준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연은) 총재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OPEC+의 깜짝 감산과 이로 인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준의 임무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OPEC+는 내달부터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발표한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감산까지 더해져 약 366만 배럴을 감산하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3.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불러드 총재는 "(OPEC+의 감산은) 놀라운 일이었다"며 "지속적인 여파가 있느냐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열려 있는 질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는 변동이 심해 따라잡기 힘들다. 일부는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을 둔화시켜야 하는) 우리의 임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러드 총재는 연은 총재의 순환 참여 원칙에 따라 올해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위원이 아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OPEC+국가들이 감산을 결정한 데는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마켓워치는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SPR)를 올해 조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OPEC+ 국가들이 이에 불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계속된 방출로 미국의 SPR은 3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조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본 것이다.
감산 소식만으로도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4.57달러) 치솟은 80.24달러에 거래됐고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7%(4.56달러) 상승한 84.45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가솔린 가격도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당초 금융권 시스템 위기 우려와 경기침체 가능성에 유가는 70 달러 선에서 형성되며 하락세를 보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유가 상승에 대한 연준의 우려에 시장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향후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날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0.25% 기준금리 인상) 단행 가능성은 60%로 높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는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려는) 바이든 정부를 짜증나게 하고 연준의 노력을 꼬이게 하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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