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공화당 주지사를 '반기업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이거 CEO는 이날 연례 주주 총회에서 플로리다주의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마(Don't Say Gay)’ 법안을 두고 디즈니와 디샌티스 주지사 간 갈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해당 법안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 및 교실 내 토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이거 CEO는 기업은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다면서 “(디샌티스)가 우리에게 보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적인 권리 행사에 대해 회사를 처벌하려는 행위는 내가 볼 때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회사가 취한 입장에 대해 단순히 보복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반(反)기업적일 뿐만 아니라 反플로리다적”이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월드와 그 일대 약 2만4000에이커가 넘는 토지인 '리디 크리크 개선지구'(RCID)에 대한 행정권을 통제할 수 있도록, RCID 이사진 5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부여했다. 해당 이사진은 시설 확장 등 디즈니월드 개발에 대한 의결권을 가져, 디즈니에 대한 막강한 통제력을 쥐고 있다.
이에 맞서 디즈니는 기존 이사진들과 디즈니가 앞으로 30년간 RCID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협정을 맺어, 디샌티스 주지사가 새로 꾸린 이사진의 통제력을 약화시켰다.
디샌티스측은 전날 플로리다의 사법 당국에 서한을 보내 새 이사진의 권한을 찬탈한 디즈니의 시도를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주주 총회의 한 참석자는 “(디즈니가) 아이들을 위한 마법의 장소”에서 “LGBTQ에 봉사하는 이데올로기적 회사”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아이거 CEO는 “즐거움을 주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우리는 가족 관객을 위해 연령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주변의 세계를 반영하고 더 큰 이해를 촉진하고, 더 큰 관점, 모든 사람에 대한 더 큰 수용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거 CEO는 디즈니가 플로리다주에서 7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올해 5000만명이 디즈니월드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플로리다에 향후 10년 동안 170억 달러를 투자해 1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디샌티스 주지사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주 정부의 별도 허가 없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