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회장 배임액 산정, 중립적 아냐" 檢공소장 질타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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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04-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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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대검 스스로 산정한 걸 증거라고 볼 수 있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계열사인 삼립에 이익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회장 일가 증여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이 자체 산정한 '주식 적정가액'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다"는 재판부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4일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당시 파리크라상 대표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2012년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적정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매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입은 샤니 소액주주들이 고소장을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허 회장 등이 주식을 저가 매도해 파리크라상은 121억원, 샤니는 58억원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원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밀다원 주식 적정가액 산정 방식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검찰은 2012년 당시 허 회장 등이 매도했던 밀다원 주식 적정가액을 1595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적정가액을 산정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저가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공소사실에서 저가 매도했다고 했으니 적정가액 산정 방식이 무엇인지 나와야 한다"며 "심리하고 방어하는 데 한 줄만 쓰면 충분한가"라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이 대검 내부 회계 분석관이 작성했다고 밝히자 재판부는 "대검 스스로 산정한 걸 증거라고 볼 수 있냐"며 "대검 회계 전문가 지위가 중립적이지 않다.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할 테니 생각해 보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저가 매도'라고 기재한 부분에 대해 "주식이 가장 저가로 잡히는 잘못된 방식과 기준이 들어갔다는 취지"라며 적정가액 산정 방식에 대해 보충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 측은 "공정위도 밀다원 주식 정상가격을 404원으로 보고 255원과 차액에 대해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다"며 "1595원이라는 적정가액은 당황스럽다"고 반발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SPC그룹이 계열사들을 부당하게 이용해 삼립에 414억원 상당 이익을 제공했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허 회장 등은 "양도한 주식 가격이 저가가 아니었고 고의도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득도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이들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가 신설되기 직전인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매도해 총수 일가에게 부과될 예정인 8억원 상당 세금을 회피했다고 본다.

재판부는 다음 달 23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후 6월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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