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신속하지 못한 일처리로 모험자본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기업공개(IPO) 우선배정 근거규정이 올해말 일몰을 맞지만 금융위 등 관계부처가 연장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매번 연말에 급하게 근거규정을 연장하는 행태가 코스닥벤처펀드에 불확실성을 야기, 모험자본 공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있는 코스닥 IPO 기업 공모주식의 30% 이상을 코스닥벤처펀드에 우선배정하도록 하는 조항은 올해말 일몰을 맞이한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최대 투자유인 중 하나였던 우선배정 혜택이 사라지는 셈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2018년에 등장한 상품이다.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 또는 구주에 투자해야 하고 최소 3년 이상 설정해야 한다.
대신 세제와 펀드 운용 과정에 다수의 혜택이 제공된다. 먼저 가입금액 중 최대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또 코스닥시장 IPO에서 공모주식의 30%를 우선배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IPO 우선배정 규정 일몰이 다가오면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례 연장 여부가 불투명한 펀드에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고 판매사 입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셈이어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번 가입하면 최소 3년은 투자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당장 올해말 특례규정이 일몰되는 펀드에 누가 가입하겠느냐"며 "모험자본에 대한 선호심리가 약화되고 있는데 정책도 뒷받침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위축은 벤처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코스닥벤처펀드가 코스닥 기업은 물론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벤처기업에도 자금을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는데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모험자본시장 자체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국내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견인했던 요소 중 하나"라며 "상품의 주요 경쟁력인 우선 배정 혜택이 사라지면 투자 매력도가 급감,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줄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은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은 홀로 느긋한 모양새다. 2023년도 2분기에 들어섰지만 우선배정 규정 연장 논의를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펀드 출범을 이끌었던 금융위는 인수규정을 관리하는 주체는 금융투자협회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중이다. 반면 협회는 당국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규정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 규정의 일몰이나 연장 여부는 금융위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인수규정이 연장되도 불확실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간 당국이 우선배정 규정을 2년 단위로 연장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펀드의 최소 설정기간은 3년이기 때문에 연장 후에도 불확실성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의지가 있다면 지난해말 세제혜택 기간을 2025년말로 연장할 때 우선배정 규정도 함께 늘렸어야 했다"며 "정책 리스크도 줄여주지 않으면서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라고 강요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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