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 전 포르노 배우에게 이른바 ‘입막음용’ 돈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총 34개에 달하는 혐의로 기소됐다.
폭스뉴스 등 외신은 34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136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실제 형량은 훨씬 작을 가능성이 크며, 실형이 선고될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 예우에 따라 머그샷을 촬영하지도, 수갑을 차지도 않았다. 로이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파란색 양복과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피고인 자리에 변호팀과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크리스 콘로이 검사가 혐의 내용을 읽을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문 채 앉아 있었다.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가 피곤인의 권리를 “이해했냐”고 묻자, “네”라고만 짧게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선거를 앞두고 성 추문 입막음 목적으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급한 것 외에도 카렌 맥두걸 전 플레이보이 모델과 ‘트럼프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월드타워 도어맨에게 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입막음용 돈을 지급한 사실은 기소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 수준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13만 달러 자금의 성격을 숨기려고 34건에 달하는 트럼프그룹 문건을 위조한 의혹을 문제 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13만 달러를 상환하기 위해 1년 내내 매달 수표 등으로 돈을 지급했고, 회사 장부에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료’로 허위 기재했다.
뉴욕에서 장부를 위조하는 것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경범죄이지만, 범죄를 은폐하려고 했거나 선거법 위반과 같은 다른 범죄를 위해 저지른 경우는 최대 4년 형에 달하는 중범죄로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 34건에 달하는 혐의를 받는 점에 비춰 최대 136년형이 내려질 수 있는 셈이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은 이날 뉴욕 형사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기간 불리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숨기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기업 문건을 반복적으로 위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주 법에 따라 다른 범죄를 숨기고 속이려는 의도로 기업 문건을 위조하는 것은 중범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력이나 시위 등을 선동할 수 있는 게시물들을 작성했다고 강조했고, 재판부는 “폭력이나 시민 불안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소셜미디어에 “로어 맨해튼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은 나를 체포할 것이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법정에 들어갈 때와 약 한 시간 뒤에 법정에서 나올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플로리다로 돌아간 후 마라라고 자택에서 가족, 친구, 지지자들 앞에서의 연설을 통해 이번 기소를 선거 개입으로 묘사했다. 그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가 저지른 유일한 범죄는 우리나라를 파괴하려는 자들로부터 우리나라를 두려움 없이 지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투표함에서 우리를 이길 수 없으니 법을 통해 우리를 이기려고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는 상당하다.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미 법무부는 대선 결과 번복 시도와 함께 퇴임 후 기밀문서 처리 등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머천 판사는 다음 심리일을 오는 12월 4일로 잡고, 검찰과 변호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실제 재판은 내년 이후로 잡힐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소나 유죄 판결이 난다고 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봤다. 트럼프 측 변호사인 토드 블란치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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