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서울 종로구 종로꽃시장에서 묘목을 판매해온 백모씨(67)는 묘목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 만에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고 본격적인 일상 회복이 시작됐지만 고물가로 인해 묘목을 찾는 시민들이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에 매출이 확 줄어든 백씨는 언제쯤 매출이 회복될지 걱정하고 있다.
식목일을 맞은 5일 오후 1시께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꽃시장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비옷을 입은 상인들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꽃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문을 연 묘목 가게들은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상인들은 줄어든 매출에 우울한 모습이었다. 20년간 종로꽃시장에서 일한 최모씨(68)도 간이의자에 앉아 울상을 짓고 있었다. 성수기인 4월을 맞았지만 평년보다 손님이 줄었고 비가 내려 매출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최씨는 "묘목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손님이 적다"며 "4월 들어 날씨가 맑았지만 손님이 하루 80명가량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꽃시장에서도 고통을 호소하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대문꽃시장에서 5년간 일해온 방모씨(70)는 "오늘(5일) 생화가 들어오는 날이라 많은 손님을 기대했는데 비가 와서 다 망쳤다"며 "코로나19가 풀리면서 손님이 좀 많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고 토로했다.
남대문꽃시장 상인 김모씨(38)도 "꽃가게는 졸업식 등이 있는 12월이 성수기이고 3~4월은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손님이 너무 없다"며 "그래도 화이트데이에는 손님이 많은데 판매가 너무 저조했다"고 전했다.
고물가 고통 속에 꽃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묘목을 구매한 60대 최모씨는 “나무를 좋아해서 구매하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5그루를 사고 싶었지만 1그루만 구매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거래된 뱅갈고무나무 평균 가격은 1만89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5200원) 대비 24.3% 올랐다. 묘목을 키우는 데 필요한 전기료·난방비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남대문꽃시장 상인 김씨는 "최근 전기료가 크게 올라 농가에서 꽃·묘목 장사를 접는 곳이 많다"며 "꽃 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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