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정부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으로부터 끌어다 쓴 일시 차입금 규모가 48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불과 석 달 만에 작년 수준을 웃돈 것으로, 정부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세수 부족으로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총 48조원가량을 일시 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정부가 받은 총차입 규모보다 14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일시 차입은 재정 운용상 세입과 세출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단기간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받는 대출을 말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부는 총 48조1000억원의 자금을 일시 차입하고, 17조1000억원을 상환해 31조원의 잔액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작년 한 해 동안 총 34조2000억원, 2021년에 7조6000억원의 일시 대출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초부터 일시 차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올해 2월 말 기준 누적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한은법 등 현행법에 따라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은 금통위가 매년 일시 차입 한도를 의결하면서 "기조적인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일시 차입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만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고,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중앙은행의 정부에 대한 대출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빈번하게 일시 차입을 하는 것은 물가를 잡겠다는 현재의 한국은행 통화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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