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5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 4편,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와 외국인직접투자'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글로벌 성장을 억제하고 금융 불안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파편화된 세계는 더 가난해질 것”이라며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간 공급망 구축)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약 2%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술과 노하우 이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줄어들고 선진국 투자가 위축되며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각 정부와 기업들은 생산을 본국 혹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이전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해 4월 동맹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을 강조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기후중립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을 제안했다.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립하는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입 기술을 자국 기술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모두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의 심화 추세를 강조한다고 IMF는 짚었다.
IMF는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해서 고조되면 FDI 유입이 동맹국 블록으로 더 집중될 것으로 봤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먼 나라의 FDI 투자에 의존하는 신흥시장이나 개발도상국은 FDI의 재배치에 취약할 것으로 봤다.
이처럼 프렌드쇼어링에 따른 승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따른 이익은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부 국가들은 투자 방향 전환으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외부 수요 약세에 따른 여파에 이익이 부분적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 진영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나라들은 결국 미래에 한 블록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될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해당 나라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고 IMF는 전했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을 떠난 미국의 FDI 자금이 캐나다와 한국 등으로 유입되는 등 선진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들이 파편화에 따른 피해를 덜 입었으나, 리쇼어링 경향이 강한 전략산업에서는 한국도 취약한 국가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파편화로 인한 손실을 키우기 때문에 다자간 대화를 통해 정보 공유를 개선하는 등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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