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그룹 회장 탓?…첫 판결에도 중대재해 처벌 대상 '모호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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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남가언 기자
입력 2023-04-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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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오너에게 중대재해 책임, 오너에게만 책임 돌리는 건 가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업(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법 시행 이후 사법부의 첫 유죄판단이 나오면서 재계는 또다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규정을 피하기 위해 상당수 기업 오너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전면배치했지만 무용지물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중대재해 책임을 대표에게 물으면서도 "대표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건 가혹하다"고 판결한 부분은 중처법의 모호성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오너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조속한 대법원 판례와 헌재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판결로 법이 모호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법원이 온유파트너스 대표 정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정씨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건설 근로자들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 관행도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온전히 피고인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CSO의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시행 전후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 오너들은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규정을 피하기 위해 '월급 사장'이나 CSO를 전면배치 한 바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CSO인지 오너인지,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기준은 무엇인지 등 관련 설명이 없어 이번 판결로 재계 혼란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검사장 출신인 A변호사는 "첫 판결이라 기대했는데 이날 판결도 법의 모호성을 해소시키지 못했다"며 "모든 법이라는 게 항상 적용하려고 보면 모호한 규정이 있는데, 특히 중처법은 엄청나게 많은 분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법원 판결로 경영책임자가 기업의 소유주(오너)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는 반론도 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위나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 권한을 판단한 데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의정부지검은 양주 채석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중대재해법상의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못 박았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 판례가 축적돼야 법의 모호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 축적 전에는 중대재해법이 헌법재판소 판단을 어떻게 받느냐가 논란 해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한 상태다. 법원이 신청을 인용하면 중대재해법은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두성산업 측 김재옥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와 그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규정의 추상성, 불명확성, 지나친 중벌주의 등과 관련해 법 제정 당시부터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 위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향후 법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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