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형 가상세계와 혼합현실 기술로 구현되는 메타버스가 여가 수단을 넘어 업무 도구로 역할을 확장하고 기업이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6일 발간한 연례 보고서 ‘테크 트렌드 2023’를 통해 메타버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IT 인재난, 블록체인, 레거시(legacy) IT 등 6가지 키워드와 관련한 동향과 전망을 제시했다.
딜로이트는 메타버스가 기업 수익 구조를 바꾸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진화했고 이후 기업 운영 방식을 전환하는 도구로 역할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업이 가상세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10년간 에지 컴퓨팅, 위치 기반 데이터, 맥락 처리 기술 발전으로 사고 기반 통제, 공간 상호작용 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기업은 혼합현실 경험과 참여를 홍보 수단, 제품과 서비스 개선 수단, 신제품과 서비스 창출 수단으로 삼아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운영을 최적화하기 위해 시뮬레이션과 노동력 증강 기술도 도입했다. 로블록스에서 현물 대비 비싸게 판매된 명품 브랜드 ‘구찌’의 가상 핸드백, 에어버스와 보잉이 신규 항공기 제작에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 미국 전력 기업 엑셀론의 가상 변전소 작업 교육 등이 그런 사례다.
기업의 AI 활용 전략 성패는 인간 구성원이 AI 동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딜로이트 설문 결과 기업 리더 73%가 자사 성공에 AI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기술 전문가 41%는 AI 도구의 윤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비즈니스 리더 47%는 AI 도구의 투명성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딜로이트는 데이터 투명성을 높여 AI 최종 사용자가 납득할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AI가 결론을 도출한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알고리즘 설명가능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가 빠르게 발전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AI와 올바른 상호작용이 이뤄지면 AI가 일자리를 위협하기보다 사람의 창의력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IT 환경에서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의 복잡성을 낮춰 전체 IT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메타 클라우드’ 솔루션이 부상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메타 클라우드 솔루션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중심으로 구축된 호환 계층이 운영체제와 같은 역할을 해 중앙 통제 방식으로 각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보안 도구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묘사했다. 이를 도입하면 셀프 서비스, 네트워크 접근성, 탄력성 등 클라우드의 이점을 살리면서 멀티 클라우드의 보안 취약성과 중복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딜로이트는 기업이 IT 인재 유치 경쟁에 우위를 확보하려면 실무 능력 중심으로 유연하게 인재를 관리하고 생태계를 적극 활용해 인재를 영입하며 조직에 수평적 이동, 인재 마켓플레이스 등을 활용한 커리어 성장 기회 제공 등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면서 IT 부서의 책임과 업무가 증대돼 유연한 업무 환경과 흥미로운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IT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을 직접 발탁하고 양성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I 기술로 성과를 낼 ‘휴머니티’ 전문가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일반화한 시대에 대비한 인재 확보를 준비하라고 덧붙였다.
사이버 범죄와 데이터 남용으로 훼손된 대중의 디지털 환경에 대한 신뢰를 재구축할 수단으로 블록체인 아키텍처와 생태계가 꼽혔다. 딜로이트는 디지털 자격과 신원 증명, 서드파티와 데이터 공유, 원산지 증명과 추적 가능성, 간편 소액 결제 거래 등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적극 도입해 이해관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도입이 늘어 클라우드에 이전하기에 과도하게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면서 슈퍼컴퓨터로서 ‘메인프레임’이 각광받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에 앞서 메인프레임과 같은 기업 IT 레거시 자산의 효용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기업 리더와 IT 책임자 90%가 메인프레임 활용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했고 4분의 3이 메인프레임에 대해 장기간 활발히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안정성이 뛰어난 메인프레임이 첨단 애플리케이션과 접목해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는 모습이다.
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IT뿐 아니라 ‘확장된 기술(xT)’도 비즈니스 전환과 혁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스타트업 연구, 기술 투자 동향 데이터를 분석해 우주·바이오·신경·로봇·기후·에너지 등 6대 분야가 비즈니스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우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최고혁신책임자(CIO)는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에 충실하라’는 주제의 테크트렌드 2023은 ’올 만한’ 기술보다 ‘분명히 올’ 기술을 중심으로 각 산업과 기업의 리더를 연구해 왔다”며 “현실적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며 유용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