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전략 밑에 첫 번째 핵심과제 '예방과 재발방지의 핵심수단으로 위험성평가 개편'에서는 주요 추진내용으로 위험성평가의 단계적 의무화, 핵심 위험요인 발굴·개선 중심으로 운영, 기업 규모·작업별 특성에 맞는 위험성평가의 적용·확산 및 위험성평가의 현장 실행력 제고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산업안전보건제도권 내로 도입했지만, 여전히 사업장의 이행률은 아주 낮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작업환경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14만3700여 개소의 사업장 중 66.2%가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시한 경우라 하더라도 서류작성만 하는 형식적 이행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니 우리나라의 실질적 위험성평가 이행률은 더 낮을 것이라 추정된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조직이 갖춰진 경우라 하더라도 위험성평가의 이행이 미흡한 원인은 사업주를 포함한 경영진의 리더십이 안전보건에서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우리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ISO, ILO 등의 국제기구에서 발표된 경영, 환경 및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격 등의 여러 자료에서도 기업이 성과를 내기위한 핵심요건으로 CEO의 리더십을 계속 언급하고 이행을 강조했기 때문에 우리 모두 리더십의 중요성은 잘 이해하고 있다.
사업장의 구성원은 대부분 수익을 창출하고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하여 각자에게 부여된 본연의 업무가 먼저라는 인식에 갇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보건은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러니 당연히 안전보건을 유지하는데 핵심 절차인 위험성평가는 내 일이 아닌 것이 되고 후순위로 밀린다. 바쁘다는 이유로 이행되더라도 대충 한 두 명이 서류로만 작성하고 서명만 하거나 사진만 찍는 식의 형식적 추진이 흔하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우선 관리감독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어야 하며, 관리감독자들에게 안전보건은 스스로의 업무라는 올바른 인식이 갖춰지도록 공을 들이는 것이 먼저다.
관리감독자와 그들의 구성원이 출근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퇴근하도록 하는데 본연의 업무와 안전보건은 분리될 수 없고 하나라는 인식이 충분히 정착될 때까지 사업장에서 그 누군가는 환영받지 못하는 일을 끈질기게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한다. 이 환영받지 못하는 일을 안전보건조직과 직원이 상당기간 줄기차게 해내도록 사업주와 경영진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사업장에서 관리감독자들과 구성원이 인식을 바꾸고 능동적으로 움직여 안전보건이 스스로와 동료를 챙기는 쪽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조직이 고되고 싫은 일을 긴 시간 할 수 있도록 사업주와 경영진이 이들을 지지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 안전보건조직이 대관업무나 처리하는 부서 정도로 생각되게 한다면 그들의 일할 동기나 의욕을 꺾는 것이고, 계속 이러면 그들은 과거와 같이 할 수 있는 일만 늘 하게 될 것이다.
안전보건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해서 안전보건의 정착을 앞당기게 하고 싶다면 사업주와 경영진은 안전보건이 중요한 가치라는 메시지를 현수막이나 구호가 아닌 진심어린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조직 구성, 업무 분장, 지시 및 주기적인 보고와 회의와 같은 형식 외에 일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안전보건조직이 사업장에서 주요 조직이고, 안전보건업무가 주요 보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실질적 변화 속에서 달라지는 안전보건의 위상을 느껴야 관리감독자들과 구성원은 변화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모두가 처음에는 어설프더라도 실질적인 위험성평가에 동참하면서 곧 올바른 안전보건을 정착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날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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