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재킷 입고 LIV 골프 꿈 파괴한 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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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이동훈 기자
입력 2023-04-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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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마스터스 토너먼트

  • PGA 투어 뛰는 욘 람

  • LIV 골프 선수들 누르고

  • 12언더파 276타 우승

  • 그린 재킷 입고 우승컵 번쩍

우승 직후 환호하는 욘 람. [사진=AP·연합뉴스]

"람보, 너는 할 수 있어."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5번 홀 두 번째 샷 지점. 엄지와 검지로 나뭇조각 같은 시가를 가볍게 잡은 늙은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낸다. 지나가던 람은 노인을 한 번 쳐다본다. 노인은 그런 그를 보며 연기를 뿜는다. 람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곧장 고개를 돌려 그린으로 향했다.

그린 위 람의 공은 긴 거리 퍼트를 남겼다. 무려 60피트(18m). 람은 지체없이 공을 굴렸다. 굴러간 공은 깃대와 1피트(30㎝) 거리에 섰다. 그때부터 패트론은 열광했다. 한 마디씩 모였다. "가자, 람보." "힘내라."

이어진 파3 6번 홀. 켑카가 흔들렸다. 티샷과 어프로치 모두 컸다. 퍼트는 짧았다. 보기. 람은 파를 기록했다. 역전. 람은 지체하지 않았다. 파5인 8번 홀에서 승부를 걸었다. 드라이버 비거리 22위(이하 3라운드 기준)인 람이 13위인 켑카에게 말이다.

람은 티잉 구역에서 272야드(248m)를 날렸다. 두 번째 샷은 251야드(229m)를 날아갔다. 55야드(50m) 어프로치가 예술이었다. 또다시 1피트 거리에 공이 멈췄다. 버디. 켑카는 파를 기록했다.

9번 홀 람의 보기에 켑카도 보기를 기록했다. 람은 2타 차 선두를 유지했고, 켑카는 조던 스피스에게 공동 2위를 허용했다.

켑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수장 격인 미국의 필 미컬슨이 점수를 줄여 나갔다. 버디 쇼다. 5번 홀 보기를 제외하고 8개의 버디를 낚았다. 8언더파까지 쫓았다.

LIV 골프 선수들의 추격에도 람은 흔들리지 않았다. 14번 홀 나무를 앞에 두고 어프로치를 시도했다. 날아간 공은 깃대 왼쪽에 떨어지더니 언덕을 타고 오른쪽으로 흘렀다. 굴러가는 공을 보며 패트론이 열광했다. 이번에는 4피트(1.2m) 거리에 공이 멈췄다. 람이 오조준을 했다. 오른쪽을 겨냥했다. 굴린 공은 끝에서 빗나가나 싶더니 홀 속으로 떨어졌다. 그린을 둘러싼 패트론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손뼉을 쳤다. 버디로 또다시 달아났다.

15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람은 틈을 주지 않았다. 18번 홀 티잉 구역에서 티샷 실수를 했지만, 완벽한 어프로치로 만회했다. 그린을 둘러싼 패트론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람은 그린 위에서 물을 마시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린 뒤에는 아내 등 가족들이 기다렸다. 켑카의 마지막 퍼트가 빗나갔다. 람의 챔피언 퍼트는 4피트. 우승 퍼트가 들어갔다. 람이 포효했다. 두 손을 번쩍 들었다가, 얼굴을 감쌌다. 람이 12언더파 276타로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80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24만 달러(약 42억원). 마스터스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처음 입었다.

람이 그린 재킷을 입은 순간 LIV 골프 선수들의 꿈(마스터스 우승)이 부서졌다. 미컬슨과 켑카는 8언더파 280타, 패트릭 리드는 7언더파 281타에 그쳤다. LIV 골프 소속 선수 우승 시 18번 홀 그린 뒤에서 파티를 열겠다는 바람도 산산이 조각났다.
 

우승 직후 두 팔을 번쩍 든 욘 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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