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한 지 20년이 넘은 서울 아파트 집값이 5년 이하 아파트에 비해 낙폭이 더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및 정밀안전진단 완화 등으로 노후 단지 내 재건축·재개발 속도가 붙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지역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월 대비 -1.17%로, 같은 기간 서울 5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1.48%)에 비해 낮은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12월엔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와 20년 초과 아파트가 각각 -2.85%, -3.20%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 1월 5년 이하 아파트는 -2.23%, 20년 초과 아파트는 -1.85%의 변동률을 보인 데 이어 2월에도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격 급락 후 나타나는 최근의 반등 거래 사례에서도 신축보다 구축 아파트의 빠른 가격 회복이 감지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준공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98㎡는 3월 초 17억7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4월 같은 면적이 6000만원 상승한 18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반면 서울 지역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준공 1978년) 전용 81.75㎡는 2월 22억7600만원 매매 이후 3월에 2억원 상승한 24억76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2019년 준공) 전용 84.244㎡도 2월 14억7000만원 거래된 뒤 3월에 15억3500만원에 매매 체결됐다. 재건축 추진 단지인 고덕주공9단지(1985년 준공)의 경우 전용면적 83.52㎡가 1월 9억5000만원에서 3월 10억4000만원으로 9000만원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축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 초 구조안정성 비중을 50%에서 30%로 하향하고 2차 안전진단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율을 완화했다. 이와 함께 택지조성이 20년 지난 100만㎡ 이상의 공공택지를 대상으로 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도 지난달 발의했다. 이 법은 용적률 최대 500% 보장을 핵심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예비타탕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용적률이나 사업성을 확보한 재건축 단지 위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구축 아파트 하락세가 둔화한 경향이 있다"며 "최근 분양시장이나 청약시장 또한 개선되면서 재개발·재건축에서 파생돼 나오는 입주권이나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것도 일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더 많이 내린 이후 가격 조정이 된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의 경우 20년 초과 아파트의 변동률 하락폭이 8%대인 반면, 5년 이하 아파트는 7% 수준으로 구축 아파트의 하락폭이 더욱 깊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연구소장은 "구축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하락한 만큼 급매물 위주로 거래도 더 먼저 진행됐다"며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다시 반등한 구조"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