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살 사회.' 2017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며 이같이 표현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합계출산율 '0.78명 쇼크'는 라가르드 전 총재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출산·고령화는 곧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의미한다. 생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노동 부문이 취약해져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올해 합계출산율 0.6명대로 추락할 수도
10일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 2018년 0.98명, 2021년 0.81명 등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최하위다. 하위권을 형성하는 일본(1.33명), 그리스(1.28명), 이탈리아(1.24명) 등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만 1명 미만 출산율을 보인다.
올해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합계출산율 0.7명대마저 무너지며 0.6명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계청은 2020년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2023년 합계출산율을 중위 시나리오에서 0.73명, 저위 시나리오에서 0.68명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0명(중위 시나리오 기준)까지 떨어졌다가 2031년 1.00명, 2046년 1.21명 등으로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같은 시나리오가 대단히 낙관적인 전제 조건하에 수립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1990년대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인 30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출산율 역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 전체 인구 중 1990년대생 수가 다른 세대보다 많아 출산 규모 역시 더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 셈법인 것이다.
노동력 감소 시작됐는데 정부 대처 '안이'
하지만 만성적인 취업난과 낮은 임금 인상률, 높은 집값 등을 감안하면 1990년대생이 혼인과 출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대단히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혼과 만혼, 비출산은 우리 사회 젊은 세대를 일컫는 대표적인 수식이 된 지 오래다.
출산율에 극적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15~64세 인구는 2017년 3757만명에서 2030년 3395만명으로 감소한 뒤 2067년에는 1784만명으로 2017년 대비 절반 이하(47.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과 기술 등 다른 생산 요소를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정작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보다 우리 경제에 더 위협적인 변수가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됐지만 여전히 종합적인 저출산 완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30세 이전 3자녀 남성 병역 면제' 검토 등 정제되지 않은 설(說)들만 흘러나와 여론 악화를 초래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신속한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정부 대책의 핵심 내용은 △영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최고 수준 돌봄과 교육 제공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할 시간 보장(일·육아 병행) △가족 친화적 주거 지원 강화 △양육 비용 부담 완화 △임신부터 영아기까지 건강 보장 등이다.
다만 지난 15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은 이전 정부 정책과 차별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은 물론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저출산 대책은 기존 정책에서 확장되긴 했지만 파격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은 부재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실효성 높은 획기적 대책이 수립돼야 저출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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