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의 지주회사인 DB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KCGI(강성부펀드)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수했지만, 투자자들은 DB하이텍보다 DB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새다. DB가 시가총액이 6배 가까이 차이나는 DB하이텍을 거느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DB하이텍 지분 13%를 보유한 DB에 투자하는 것이 DB하이텍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는 DB하이텍 분쟁이 종결될 경우 DB 주가 낙폭이 DB하이텍보다 더 클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 또한 요구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DB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80원(10.94%) 오른 2840원에 마감했다. 이날 DB는 장 중 3160원을 넘어서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7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DB하이텍의 주가는 7만5000원선에서 눈에 띄는 상승 없이 횡보하고 있다.
DB회장이 KCGI와 연합 전선 형성했다는 소문도…"회장과 창업회장 간 불화는 사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하면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DB그룹 김남호 회장이 KCGI와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KCGI가 DB하이텍의 경영권 인수를 의도했다면, DB하이텍이 아닌 DB를 매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CGI는 DB하이텍 주주총회 의결권이 없던 상황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적극적인 주주행동보다는 백기사 형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분쟁 종결 시 주가 폭락 불가피…DB "증권가에서 퍼지는 소식 과장됐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창업 회장이 일선에 복귀한 것과 관련해 IB 업계에서는 창업 회장의 뜻을 구하지 않고 김 회장 독단적으로 회사를 매각하려한 점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김 창업 회장은 지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도덕적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으며 당시 경영은 그의 아들인 김 회장이 대신해오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해 김 회장이 아버지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DB하이텍을 삼성전자에 매각을 추진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김 창업 회장은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금융권에서는 KCGI가 DB하이텍의 지분을 DB보다 더 많이 보유하게 되면, DB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KCGI는 DB하이텍 지분에 대한 추가 매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김 창업회장 간 극적인 화해를 할 경우에도 주가 폭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관계자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해서 DB하이텍 경영권을 가져가면 DB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며 "DB는 더 이상 DB하이텍 주가와 동행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영권 분쟁 논란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동일인이자 총수로서 DB 지분을 매입했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증권가에서 알려진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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