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 모바일 게임의 '원스토어' 입점을 막는 등 반경쟁 행위를 저지른 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21억원 부과 등 제재를 받았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3N)을 포함한 게임 업체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이하 플레이스토어)'에만 게임을 독점 출시하도록 강제해 사실상 원스토어 게임 서비스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원스토어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11일 공정위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상 게임 홍보(피처링)와 해외 진출 및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대신 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저지했다고 판단해 구글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421억원(잠정)을 부과 결정을 내렸다. 구글의 이러한 행위는 원스토어가 출범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지속됐다.
플레이스토어는 국내외 앱 장터 강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플레이스토어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안드로이드 앱 장터 시장에서 점유율 95~99%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시장 선두를 달린다. 지난 2014~2019년 국내 시장점유율은 80~95% 정도다. 이 가운데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가 각 사 앱 장터를 통합해 선보인 원스토어가 국내 점유율 10%를 보이며 2위 사업자로 자리하고 있다.
구글은 원스토어 출범으로 인해 한국 사업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앱 장터 매출 90%를 차지하는 게임 분야 앱 출시에 개입하기로 했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구글은 2016년 7월 관련 내용을 담은 '독점 출시 조건부 지원 전략'을 세웠다. 신규 게임의 매출 비중, 원스토어 동시 출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게임사 등급을 나누고 각 등급별로 독점 출시를 유도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게임 업체는 넷마블·웹젠·넥슨부터 중소 게임사들까지 아우른다.
공정위는 이로 인해 게임 관련 유료 구매자 수가 원스토어는 절반 이하로 감소한 반면, 플레이스토어는 약 30%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공정위 브리핑을 통해 "구글은 지속적으로 원스토어 배제를 성과 목표로 설정·관리했다"면서 "원스토어에 중요 게임이 전혀 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원스토어 출시 차단을 강조하는 등 원스토어 배제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구글 "유감스럽다" vs 원스토어 "합당한 제재 환영"
구글은 이날 공정위 발표를 두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법적 소송 등 향후 대응은 공정위의 서면 통보를 받은 뒤 검토할 계획이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은 공정위의 조사·심의 절차에 지난 5년간 성실히 협조하고 법 위반 행위가 없었다는 구글의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개발자들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스토어는 게임사 입점이 늘어남에 따라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며 환영했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오랫동안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합당한 제재가 내려졌다는 점을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당사 저렴한 수수료와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횡포로 입점을 주저했던 개발사들의 입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이다. 국내 앱 장터와 플랫폼 시장에 올바른 시장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게임업계 "유통 채널 분산되면 관리 어려워"
게임 업계는 플레이스토어에 더해 원스토어에도 게임을 업로드하면 게임 업데이트 등 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고 호소한다. 안드로이드 앱 게임 관련 수요가 분산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구글·애플이 운영하는 앱 장터를 기준으로 앱 순위를 판단하는 추세다. 흥행을 위해 글로벌 이용자들에 크게 어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원스토어에 추가로 게임을 업로드한다면 이용자가 분산돼 이용자 수 집계 시 수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도 "(구글·애플 앱 장터에 비해) 원스토어 이용자 수 자체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회사 인력·시간·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결국 게임 개발사는 리소스 투입 측면에서 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구글이 제공하는 마케팅 효과가 실제로 막대해 그걸 놓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기준 원스토어에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피파 온라인4M' '문명: 리전 오브 파워',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2'와 '프로야구 H2' 등 구글·애플에 입점한 모바일 게임의 일부만 서비스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4개 게임만을 원스토어에서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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