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딜레마 빠진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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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04-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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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 기존 스타트업들과의 충돌 잇따라

  • "카카오, 우리 아이디어 도용하는 것 아니냐" 스타트업 목소리

  • 카카오는 "오해"라며 해명하지만 의혹 쉽게 식지 않아

카카오 제주 본사의 모습. [사진=카카오]

카카오 계열사들이 잇따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카카오의 고민이 깊어졌다.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기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던 스타트업과의 충돌이 반복된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사태가 반복적으로 불거지면서 스타트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월 법원에 카카오VX를 대상으로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청구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카카오VX를 신고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자신들의 골프장 운영 솔루션과 고객용 앱을 '스코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연결시킨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혈당 관리 서비스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가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이전에 카카오 계열사들과의 사업협력 논의 당시 제공한 자사 사업 정보를 바탕으로 카카오헬스케어가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의심한다.

카카오 계열사에서 이 같은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자 스타트업들도 관련 사안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한국에서 해외로 선물을 보내는 플랫폼 '소다기프트'를 운영하는 소다크루의 이윤세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를 겨냥한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카카오가 저희가 최초로 시작한 한국에서 해외로 보낼 수 있는 크로스보더 선물하기 서비스로도 확장할 계획을 알려왔고, 협업을 논의하는 자리를 요청했다"라며 "똑같은 사업모델로 확장하겠다고 하면서 협업을 이야기하는 말이 우리의 노하우를 손 안 대고 코 풀듯 파악하고 싶다고 들리고, 대기업이 굳이 우리와 같은 모델로 확장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가 하려는 서비스가 정식 출시된 건 아니지만, 현재 '소다기프트'의 사업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라며 "1년 반 전에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쪽과 만나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공유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카카오 쪽에서 유사한 모델로 확장하겠다고 하니 카카오가 기존의 스타트업들이 잘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본따는 방식으로 확장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에게 카카오를 비롯한 대기업과의 협업은 기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나아가 투자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협업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각종 영업비밀이나 원천기술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고 자칫 협업이 잘 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를 대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셈이 돼 '양날의 검'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 계열사로부터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반복되자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카카오와 믿고 협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감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 관련 연락 등이 오면 일단 경계하라는 얘기도 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 계열사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카카오VX는 골프 스코어를 디지털로 전환한 것은 이미 일본 기업이 1995년 개발해 2008년 국내에 들어온 기술로, 아이디어 도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신고 건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스마트스코어가 경쟁자 배제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 자신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우 닥터다이어리와 기술 기반 자체가 다르고, 아직 서비스가 출시되지도 않았기에 서비스 콘셉트만으로 유사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소다기프트 관련 건 역시 카카오는 단지 앱 이용권 입점 등 사업 제휴를 위해 연락을 취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카카오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스타트업과 계속 충돌하는 상황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스타트업과의 마찰 사례가 일어날 경우 자칫 '문어발 확장',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사안들을 국회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기술 탈취로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의 실제 사례를 듣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이달 중 개최할 계획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최근 거론되는 카카오의 관련 사례가 한두개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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