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대량생산·대량소비를 조장해 환경문제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 장기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소비자들이 다시 SPA 브랜드를 찾기 시작했다.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브랜드가 주춤한 사이 탑텐(신성통상)과 스파오(이랜드), 에잇세컨즈(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토종 브랜드가 약진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SPA 브랜드 성장은 고물가에 따른 쇼핑 소비 양극화 현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가계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특히 탑텐은 2021년 매출 7800억원을 올리며 유니클로(7043억원)를 제치고 국내 SPA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폐점하는 상황과는 반대로 매장 수를 늘렸다. 불황에 오히려 투자를 통해 시장을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2012년 론칭한 탑텐은 2022년 기준으로 탑텐 매장 수를 550여 개로 전년보다 200개 이상 늘렸다. 2018년부터는 키즈라인을 확대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밸런스라는 애슬래저 라인으로까지 확대했다. 올해 역시 매장 수를 626개까지 늘려 매출 92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반대로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2020년 자사몰 ‘스파오닷컴’을 리뉴얼하는 등 온라인을 강화했다. 스파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리기보다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생산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전자태그(RFID) 기술을 매장에 도입해 소비자 경험을 강화했다. 이랜드는 올해 스파오 키즈 확대와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뒤늦게 SPA 시장에 뛰어든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추격에 나섰다. 에잇세컨즈 역시 자사 전문몰 SSF샵을 운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SPA 후발 주자인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런 가운데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 SPA 시장 1위에 올랐다. 2019년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다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FRL)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8036억원, 영업이익 1347억원을 기록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8월 결산 법인이지만 모회사인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선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이 공개된다.
유니클로는 126개 매장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고 신규 상권에 새롭게 매장을 오픈하는 매장 재배치를 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달 김포공항 스카이파크점을 리뉴얼해 오픈한 데 이어 이달 28일에는 롯데마트 부산 동래점에 신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도 명품 브랜드 소비가 늘어나고 동시에 가성비를 찾는 SPA 브랜드를 찾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SPA 시장에서 가성비를 뛰어넘어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