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들도 노동 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데 공감을 표한다.
韓 경제 전망 줄줄이 내리막···노동시장 경고 커져
12일 정부와 업계 등 전망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4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낮췄다. 우리 정부 전망치(1.6%)를 하회하는 수치다.
미국과 중국, 영국 등 다른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이나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선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 지표 악화와 더불어 한국 경제에 걸림돌로 지적되는 게 경직된 노동시장이다.
IMF와 OECD는 각각 최근 발표한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중적인 노동시장,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는 경제 활력을 되살릴 수 없다고 거듭 경고했다.
특히 OECD는 보고서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해 청년 고용 증대 정책 강화를 우선 과제로 권고하기도 했다. OECD는 "청년 고용 증대를 위해 직접 일자리 창출 사업 지출액을 줄이고, 훈련·직업 상담 관련 정책 지출액을 확대하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 "우리만의 노동 개혁 모델 수립해야"
전문가들도 국제기구 경고에 공감대를 표하며 노동시장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노동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해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대로는 노동 개혁이 반드시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사든 정치권이든 갈등이 격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노동 개혁을 추진할 주체로서 노사와 여야, 전문가들 간 견해 차이를 잘 타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임금·근로시간 등 경직적인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근무 형태 다변화와 호봉제 개선 등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면서도 고용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독자적인 모델을 수립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한 연구위원은 "국가별 노동 개혁을 보면 유연성, 안전성, 안정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정이 다 달라 다른 국가 모델을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론화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외에 새로운 노사 협의 틀이 필요하다"며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직접 협상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노동계가 빠지면 협의 자체가 어려워진다. 노동 개혁 공론화를 위해 노사정이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대화 테이블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적 지지 역시 중요하다. 이 연구위원은 "다양한 정책 토론회에서 줄곧 강조한 것처럼 노동 개혁은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만큼만 추진할 수 있다"며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아 개혁 과제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공론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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