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안팎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와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이른 피벗(통화정책 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한은의 연내 피벗 가능성에 대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박석길 JP모건 서울지점 이코노미스트(본부장)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대로 3.5%로 동결(만장일치)했으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조기 피벗에 대한 금융시장의 완화적 기대를 뒤로 미뤘다"며 "우리는 한은의 금리경로가 '상당한 시간 동안' 3.5%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내년 1분기까지는 해당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금통위 통방문을 살펴보면 최근 거시경제 상황 평가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이전과 실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올해 연 성장률 1.6% 전망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면서도 추가 정책 금리 인상 등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박 본부장은 또한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금통위원 5명이 물가 상승 및 연준 정책금리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 발언은 위원 5명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금리 추가 인상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금통위의 주된 견해가 여전히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비둘기파적(통화완화)이며 금리 인하에 대해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그는 "금융시장 내 신용경색이나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등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한은은 금융시장 문제와 인플레이션 안정화 명령에 대해 별도의 대응을 취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 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에 있어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 본부장은 "기준금리 인하시점은 언급하긴 이르지만 물가 하락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현 물가 추세로 보면 올 연말까지 금리 인하를 끌어당길만큼 안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도 근원물가를 근거로 연내 피봇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근원물가에 대해 우려하는 것처럼 보였고 올 하반기 높은 불확실성을 강조했다"며 "고착화된 근원물가로 금리 인하 시기가 2024년 1분기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예상보다 빠른 시기의 금리 인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근원물가가 2%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조기 금리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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