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노이 미딩의 한 슈퍼마켓에 사람들이 물건 구매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계산대는 3개가 있지만 일하는 점원은 1명뿐. 바로 옆에 직원이 재고 정리를 하고 있지만, 각자 맡은 업무에만 충실할 뿐이다. 이제 막 1번 손님 계산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고객도 일행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제서야 지갑을 꺼내 들며 1000동 단위까지 화폐로 상품값을 계산한다. 2번, 3번, 4번 고객 역시 상황에 맞춰 작은 화폐로 계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모든 계산을 다 마치고 다섯 번째 마지막 손님 차례가 오기까지는 약 3분. 보통의 한국 마켓이라면 1분 안에 끝나는 일이 3배 이상 걸린 셈이다.
#2 하노이의 한 회사에서 사장이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용은 약 2㎞ 떨어진 은행 지점에서 회사의 은행업무를 보고 비품을 구매를 하는 것. 직원이 떠난 시간은 오전 9시 정각이었지만 다시 직원이 돌아온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사장은 왜 이리 오래 걸렸냐며 쓴소리를 하지만 직원은 은행의 대기열이 길었고 은행 업무도 느렸으며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아 비품을 들고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그 직원의 오전 업무는 마무리됐다.
베트남 일상의 한 단면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베트남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기준보다 무척 느리다. 특히 속도와 시간에 대한 인식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과는 달라 처음 베트남 생활에 적응하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시간과 관련해 베트남의 하루는 한국의 한나절과 같다며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산다고도 비유했다.
먼저 출근길의 한 사례를 보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부터 시작이다. 20층 이상 고층에 사는 경우 1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데 보통 3~4번 멈춘다. 이때 대기하고 있다가 층마다 바로 타면 그만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저 멀리서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수초간 시간을 허비한 뒤 탄다. 한국의 경우 출근으로 바쁜 시간에는 학생, 직장인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베트남은 그런 인식은 아직 없다.
그렇게 아파트 로비에 내려와 차량공유서비스인 그랩을 잡고 이동한다. 그랩도 운전 기사를 잘 만나면 다행이지만, 음악과 함께 모닝 드라이브를 하는 운전자를 만날 경우엔 출근길은 또 한 세월이다. 출근자 입장에서는 야속한 마음에 ‘냔냔(빨리빨리)’을 외치지만 운전자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교통체증에서 성을 내는 한국인이 이상하다. 결국 사무실에 도착을 하고 나면 출근 시간에 거의 다다르거나 오히려 늦는다. 그렇게 30분을 일찍 나왔지만, 시간은 제 시간에 맞춰진다. 그는 그만큼의 시간과 기회비용을 잃은 셈이다.
최근 베트남의 이러한 시간 개념에 대해 말한 한 전문가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나’라는 주제로 국영방송 토론프로그램의 패널로 참석한 한 교수의 주장 때문이다. 그는 경제성장과 맞물려 시간과 속도와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 토론에서 그는 속도와 시간의 개념은 생산성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베트남 특유의 느릿느릿 문화를 없애야 하며 정 시간 출발 등 전 국민적인 빠른 행동 습관을 강조했다.
이 같은 교수의 의견은 평소 기자의 생각과도 그대로 일치했다. 하노이에 4년간 거주하면서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보면 비단 베트남 정부의 느린 행정처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비효율적인 소위 ‘느림보 문화’에 대한 아쉬움이 커왔던 터다.
사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속도와 정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민 개개인이 하루 동안 활동하고 소비하는 시간은 전체 국가의 하루치 생산력을 의미한다. 앞서 사례처럼 10초씩 개개인마다 계산대 앞에서 시간을 더 소비한다고 치자. 이는 한 점포 뿐만이 아니다. 아마도 베트남 전역의 각 점포의 시간을 전부 합하면 수만 시간이 될 것이다. 이를 한 국가의 시간으로 쳐보자. 국가적 관점에서는 하루 수만 시간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 시간에 개개인이 다른 업무나 경제활동을 했다면 아마 하루 동안 2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국가 생산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공보(VGP) 등에 따르면 베트남 통계청(GSO)은 이달 중순께 베트남 인구가 1억명 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은 세계 15번째, 아시아 8번째 ‘억 단위’ 인구 보유국이 된다. 베트남 정부는 인구 1억명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보건부, 공안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1억번째 출생아 환영식, 걷기대회, 인구축제 등 다양한 환영 행사를 열 계획이다.
베트남 당국은 인구 1억명 돌파는 노동경쟁력이 글로벌 국가경쟁력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주요한 이정표라며 1억 인구가 가진 개발 잠재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발언권이 한층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구 1억이 갖는 의미가 베트남 정부의 바람처럼 국가경쟁력에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언급한 베트남 현실의 사례를 비춰볼 때 인구의 증가가 마냥 생산력 향상으로 전환될지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 관영매체들은 흔히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생산성 향상, 기술력 확보를 강조한다. 실제 베트남의 서비스업 등 일부 분야는 역내 동남아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총요소생산성(TFP) 관점에서 혁신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전략과 노동자들의 학력 수준, 기술 숙련도 향상에 주로 중점을 두고 주로 보도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개개인 국민의 시간 관리와 속도에 대한 이야기다. 예컨대 한 노동자가 업무시간 중 가장 빠른 생산성을 보인다고 해도 출퇴근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면, 이 또한 전체적인 국가 측면에서는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회가 전체적으로는 유기체처럼 얽혀 있어 각자 개인의 시간관리가 어떻게 국가차원에서 효율화를 나타내는지 대한 관점이다. 이런 상황은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3위인 점에 반해 비슷한 인구의 필리핀이 37위에 그치고 있는 점을 보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
한때 다보스포럼(WEF), 스위스국제경영개발경영원(IMD) 등에서 발표하던 국가경쟁력이 대중의 관심을 끌던 시절이 있었다. 언론에서도 주요 기사로 매년 보도했지만, 요즘에는 큰 관심을 얻지 못한다. 이유는 정부·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너무 표면적인 지표만 갖고 경쟁력을 평가해 현실과는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한 국가를 이뤄가는 국민적 역량, 문화적 특성을 배제하고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기엔 많은 부분에서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침 베트남은 국가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을 선진국을 향한 주요 롤모델 국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처럼 전자정부, 교통망 등 핵심 인프라 구축해야하고 한국의 높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한 국가가 갖고 있는 본질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성장한 기반에는 국민 개개인의 속도전, 시간 관리가 이끈 노력의 총합이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뭐든지 빨리 해야 하는 문화가 많은 부작용을 낳았지만, 이런 문화가 그동안 국가를 발전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말 베트남이 한국을 목표로 따라가고자 한다면 우선 이점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빠른 걸음, 빠른 식사, 빠른 업무처리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생활문화다. 정작 이러한 변화에는 베트남이 강조하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나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 곳곳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기회 비용들이 낭비되면서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2 하노이의 한 회사에서 사장이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용은 약 2㎞ 떨어진 은행 지점에서 회사의 은행업무를 보고 비품을 구매를 하는 것. 직원이 떠난 시간은 오전 9시 정각이었지만 다시 직원이 돌아온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30분이었다. 사장은 왜 이리 오래 걸렸냐며 쓴소리를 하지만 직원은 은행의 대기열이 길었고 은행 업무도 느렸으며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아 비품을 들고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그 직원의 오전 업무는 마무리됐다.
베트남 일상의 한 단면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베트남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기준보다 무척 느리다. 특히 속도와 시간에 대한 인식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과는 달라 처음 베트남 생활에 적응하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시간과 관련해 베트남의 하루는 한국의 한나절과 같다며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산다고도 비유했다.
먼저 출근길의 한 사례를 보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부터 시작이다. 20층 이상 고층에 사는 경우 1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데 보통 3~4번 멈춘다. 이때 대기하고 있다가 층마다 바로 타면 그만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저 멀리서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수초간 시간을 허비한 뒤 탄다. 한국의 경우 출근으로 바쁜 시간에는 학생, 직장인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베트남은 그런 인식은 아직 없다.
최근 베트남의 이러한 시간 개념에 대해 말한 한 전문가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베트남,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나’라는 주제로 국영방송 토론프로그램의 패널로 참석한 한 교수의 주장 때문이다. 그는 경제성장과 맞물려 시간과 속도와 생산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 토론에서 그는 속도와 시간의 개념은 생산성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며 베트남 특유의 느릿느릿 문화를 없애야 하며 정 시간 출발 등 전 국민적인 빠른 행동 습관을 강조했다.
이 같은 교수의 의견은 평소 기자의 생각과도 그대로 일치했다. 하노이에 4년간 거주하면서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보면 비단 베트남 정부의 느린 행정처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비효율적인 소위 ‘느림보 문화’에 대한 아쉬움이 커왔던 터다.
사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속도와 정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민 개개인이 하루 동안 활동하고 소비하는 시간은 전체 국가의 하루치 생산력을 의미한다. 앞서 사례처럼 10초씩 개개인마다 계산대 앞에서 시간을 더 소비한다고 치자. 이는 한 점포 뿐만이 아니다. 아마도 베트남 전역의 각 점포의 시간을 전부 합하면 수만 시간이 될 것이다. 이를 한 국가의 시간으로 쳐보자. 국가적 관점에서는 하루 수만 시간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 시간에 개개인이 다른 업무나 경제활동을 했다면 아마 하루 동안 2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국가 생산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공보(VGP) 등에 따르면 베트남 통계청(GSO)은 이달 중순께 베트남 인구가 1억명 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은 세계 15번째, 아시아 8번째 ‘억 단위’ 인구 보유국이 된다. 베트남 정부는 인구 1억명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보건부, 공안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1억번째 출생아 환영식, 걷기대회, 인구축제 등 다양한 환영 행사를 열 계획이다.
베트남 당국은 인구 1억명 돌파는 노동경쟁력이 글로벌 국가경쟁력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주요한 이정표라며 1억 인구가 가진 개발 잠재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발언권이 한층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구 1억이 갖는 의미가 베트남 정부의 바람처럼 국가경쟁력에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언급한 베트남 현실의 사례를 비춰볼 때 인구의 증가가 마냥 생산력 향상으로 전환될지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 관영매체들은 흔히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생산성 향상, 기술력 확보를 강조한다. 실제 베트남의 서비스업 등 일부 분야는 역내 동남아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총요소생산성(TFP) 관점에서 혁신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전략과 노동자들의 학력 수준, 기술 숙련도 향상에 주로 중점을 두고 주로 보도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개개인 국민의 시간 관리와 속도에 대한 이야기다. 예컨대 한 노동자가 업무시간 중 가장 빠른 생산성을 보인다고 해도 출퇴근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면, 이 또한 전체적인 국가 측면에서는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회가 전체적으로는 유기체처럼 얽혀 있어 각자 개인의 시간관리가 어떻게 국가차원에서 효율화를 나타내는지 대한 관점이다. 이런 상황은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3위인 점에 반해 비슷한 인구의 필리핀이 37위에 그치고 있는 점을 보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
한때 다보스포럼(WEF), 스위스국제경영개발경영원(IMD) 등에서 발표하던 국가경쟁력이 대중의 관심을 끌던 시절이 있었다. 언론에서도 주요 기사로 매년 보도했지만, 요즘에는 큰 관심을 얻지 못한다. 이유는 정부·기업효율성, 인프라 등 너무 표면적인 지표만 갖고 경쟁력을 평가해 현실과는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한 국가를 이뤄가는 국민적 역량, 문화적 특성을 배제하고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기엔 많은 부분에서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침 베트남은 국가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을 선진국을 향한 주요 롤모델 국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처럼 전자정부, 교통망 등 핵심 인프라 구축해야하고 한국의 높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한 국가가 갖고 있는 본질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성장한 기반에는 국민 개개인의 속도전, 시간 관리가 이끈 노력의 총합이 있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뭐든지 빨리 해야 하는 문화가 많은 부작용을 낳았지만, 이런 문화가 그동안 국가를 발전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말 베트남이 한국을 목표로 따라가고자 한다면 우선 이점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빠른 걸음, 빠른 식사, 빠른 업무처리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생활문화다. 정작 이러한 변화에는 베트남이 강조하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나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 곳곳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기회 비용들이 낭비되면서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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