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셋값 하락과 함께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갱신 계약 시 월세 세입자는 기존보다 세를 올려주고, 전세 세입자는 일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의 갱신 임대차 거래는 1만6370건으로 그중 월세는 4638건으로 나타났다.
월세 갱신 계약 중 세를 올린 경우가 2882건으로 62%에 달했고, 낮춘 계약은 1012건이었다. 종전 월세와 그대로 계약한 거래는 744건이었다. 이들의 갱신 후 평균 월세는 104만원, 보증금은 2억5892만원으로 갱신 전(월세 평균 99만원, 보증금 2억5480만원)보다 각각 월세는 5.8%, 보증금은 1.6% 상승한 것이다.
금천구의 공인중개업자는 "전세 가격은 좀 떨어졌지만, 월세 가격의 변화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사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갱신이 나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세입자가 월세를 가장 많이 올려준 계약은 지난 1월 이뤄진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2㎡로, 보증금 5억원·월세 1350만원이던 월세가 갱신 계약을 통해 보증금 5억원·월세 2000만원으로 올랐다. 용산구 아스테리움용산 전용 130㎡ 또한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 계약에서 보증금 1억원, 월세는 1050만원으로 갱신됐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자금이 대량으로 묶이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월세와 달리 같은 기간 전세 갱신가격은 하락했다. 1분기 전세거래는 1만682건으로 갱신 후 보증금은 5억3710만원이며 종전 보증금은 5억5803만원이었다. 집주인들은 갱신을 하며 2097만원(3.75%)을 세입자들에게 돌려줬다. 이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2020년 7월 이후 처음 발생하는 경우다. 지난 4분기만 해도 평균 전세 보증금이 5억8204만원으로, 세입자들이 갱신 시 보증금을 3348만원 얹어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월세수요가 전세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4분기 52.6%에서 올해 1분기 57.8%로 6%포인트(p)가량 상승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신규 전세 계약을 통해 상급지나 큰 평수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은 계약의 경우 전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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