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에 따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였던 세르비아의 우크라이나 지원 사실이 드러난 데다가 미국이 헝가리와 중국에 대해서도 기밀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유출된 미 국방부의 기밀문건 가운데 세르비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공급하기로 합의했거나, 무기를 이미 제공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르비아는 그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참여를 거부해왔다. 문건이 사실이면 세르비아의 이중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매체는 짚었다.
3월 2일 자로 생성된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유럽 대응’이란 제목의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관련해 38개 유럽국 각각의 입장이 정리돼 있다.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제공은 거부했으나, 무기를 보내기로 약속했거나 이미 제공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또한 세르비아는 향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의지와 군사적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의 직인이 찍힌 이 문서는 '기밀' 및 'NOFORN'(외국인 비공개)으로, 외국 정보기관에 배포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서가 진짜라면 세르비아의 이중적 대(對)러시아 전략을 방증하거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도록 세르비아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미국을 ‘3대 주적’으로 꼽은 점도 이번 문건 유출을 통해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3월 2일 작성한 문건에는 오르반 총리가 지난 2월 자신이 이끄는 여당 ‘피데스’의 정치전략 회의에서 당의 3대 적국 가운데 하나로 미국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있다. 해당 정보 출처로는 미국대사관이 기입돼 있다. 이는 미 정부가 헝가리 여당 회의를 감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WSJ는 짚었다. 헝가리는 그간 러시아 제재 등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황도 파악됐다. CNN은 유출된 문건 가운데 53건에 달하는 문서 검토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미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문서에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한 문서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 깊숙이 있는 목표물이나 러시아 고위 지도자, 러시아 내 전략적 요충지를 공격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문서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회원국의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중국이 “미국이 분쟁 확대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으로 간주해, 중국이 러시아에 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문건 유출과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내놓고 있진 않으나, 인민일보 해외판 등을 포함해 중국 언론 일부에 관련 보도가 돌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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