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중학생 A군은 동네 공원을 지나던 중 같은 학교 B·C군에게 난데없이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A군이 두 학생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는 오해가 발단이었다. 그런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선 A군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도 없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서면 사과·교내 봉사 조치를 내렸다. 심의위 회의록을 통해 B·C군이 계속 "뒷담화한 줄 알고 그랬다"며 우기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A군 측은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은 가정법원으로 넘어갔다. A군은 "처음부터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 염려가 없었다면 소송까지는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심의위 처분에 불복해 '학폭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가해 학생은 학폭 처분 기록이 입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피해 학생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적 공방을 벌이는 일이 2년 새 2배나 증가했다.
24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가해 학생 측에서 불복해 제기하는 소송이 급증세다. 2020년 480건이었던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건수는 지난해 889건으로, 행정소송은 111건에서 265건으로 각각 늘었다. 사건이 급격히 늘자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학폭 전담 재판부까지 설치하는 등 심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 대책에 학폭 가해 처분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기간 연장과 대입 정시전형 반영 등 내용이 담겨 소송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수 변호사는 "학폭이 입시에 반영된다고 할수록 소송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엄벌주의를 할수록 더욱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소송으로···"학폭 심의위 역량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비교적 경미한 학폭 사건까지 학교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 학생은 A군 사례처럼 심의위 처분에 만족하지 못해 소송을 하고 있다. 나현경 변호사(법무법인 오현)는 "처분이 화해나 반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부당하게 느낄 정도라면 당사자로서는 불복할 수밖에 없다"며 "심의위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 때문에 소송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심의위원과 당사자들 간 학폭 사례별 처분 수위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대책이 거론된다. 심의위 처분에 불복하면 교육청에서 행정심판을 하게 되는데 행정심판 재결례를 모아 심의위 당사자들이 미리 처분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해·피해 학생이 처분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심판으로 이어지는 불복 사례도 줄이자는 취지다.
궁극적으로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학교 자체적인 역량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승혜 유스메이트 아동청소년문제연구소 대표는 "학교 폭력이 증가하면서 유형도 많아졌는데 행정적인 조치만으로 학교 폭력이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연령별로 예방 교육을 달리하는 등 반드시 교육적인 해결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트라우마 등 후유증을 겪는 피해 학생을 위해 장기간 집중 지원 체계도 구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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