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딜레마] 미국 경기침체 먹구름…'무역 한파' 더 심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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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3-04-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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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中 제치고 최대 수출시장 복귀

  • 美연준, 하반기 이후 경기 하강 전망

  • '상저하고' 전망 '상저하저' 바뀔수도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민국을 덮친 '무역 한파'가 여전히 매섭다. 교역 규모가 가장 컸던 중국으로의 수출이 30% 넘게 줄어든 탓이다. 대신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다시 최대 수출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처럼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지르는 '크로스 현상'이 희망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하반기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얼어붙으면 우리의 대미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역적자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수출 부진 속 대미 수출액 中 앞질러 '1위'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다. 수입액은 174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3% 감소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이달 들어 열흘 동안 무역적자는 34억1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58억6100만 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9.8% 급감한 17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데다 세계적으로 전자기기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 회귀했다. 월초 기준이긴 하지만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넘어섰다. 2003년 6월 이후 20년 만이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2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했다. 반면 대중 수입은 전년보다 10.2% 증가했다. 이에 따라 11억3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30억5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2.1% 급증했다. 지난 2월 이후 대미 수출액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부터 美경제 침체"...韓경제 직격탄되나
문제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되면서 미국 경기 상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졌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중국에 이어 미국 시장까지 쪼그라들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연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 중 일부가 미국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올 하반기부터 완만한 침체기가 시작되고, 내년 초부터는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란 내용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기가 얼어붙어 기업 수요와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대미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무역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덮치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기가 침체하면 우리 수출액도 줄어들어 애초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으로선 수출을 늘리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라며 "수출전략회의에 기업을 불러 독려하고 금융 세제 지원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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