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증권사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금융당국 지원으로 한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만기가 임박한 브리지론이 증권사 유동성 위기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면 중소형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14조원 중 브리지론은 8조1760억원으로 전체 중 58.4%를 차지한다.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에서는 브리지론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브리지론 기한이익상실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한 브리지론은 상당 규모가 본PF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3~6개월 만기 연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브리지론 차환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분양형 본PF에서 엑시트(Exit) 분양률을 이미 달성하고, 시공사 책임준공 의무로 준공위험이 일부 통제되고 있어 위험 현실화 시점이 분산된다”면서도 “브리지론은 만기가 단기간에 집중됐다는 점이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브리지론 익스포저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증권사 평균 자기자본 대비 브리지론 익스포저 양적 부담률은 15.8% 수준이다. 이 중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사는 평균 9.3%,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인 중소형사 자기자본 대비 부담은 평균 19.3%를 기록했다. 브리지론 익스포저에 대한 중소형사 부담이 10%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중소형사 중에서도 △하이투자증권(51.2%) △BNK투자증권(37.2%) △다올투자증권(37.2%) 등이 30%를 상회하는 등 부담이 큰 편에 속한다.
브리지론은 기존에 본PF 전환 이전 각종 인허가 취득 단계에서 일시적인 금융 제공이나 토지 잔금 납입 단계인 토지잔금대출 수요 정도였다. 최근에는 사업 초기 단계인 토지매매 계약금 대출도 취급하는 등 고수익 추구와 위험 인수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규모에 따른 브리지론 지역 구성에도 차이를 보였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수도권 비중이 높지만 대형사는 서울 비중이 높고 중소형사는 경기 비중이 높았다.
우선 대형사는 수도권 비중이 60%를 차지했으며 △서울 28% △경기 25% △인천 7%로 나뉜다. 중소형사는 수도권 비중 52%에서 △서울 17% △경기 31% △인천 4%로 집계됐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확대되고 있어 브리지론 본PF 전환 실패 위험도 확산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서울, 광주, 세종 등 미분양 물량이 관리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방에서 미분양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구, 울산, 경북 지역에 대한 비중은 대형사, 중소형사 모두 10% 내외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동산 PF 부실이 가시화될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민감도가 높고, 재무지표가 열위한 중소형사는 신용도 하방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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