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떼와 사투하며 지하동굴서 500일 버틴 스페인 女산악인···'아직 떠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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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4-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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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의 고립속 신체 반응 실험···최대 위기는 "파리 떼가 덮쳤을 때"

동굴에서 나와 동료와 만나 기뻐하는 플라미니. [사진= 연합·EPA뉴스]

빛도, 사람도 없는 지하 70m 아래 동굴에서 여성 산악인이 홀로 500일을 버텼다. 고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참여한 이 여성은 실험을 마무리하면서도 "동굴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영국 일간 가디언지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페인 출신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지난 2021년 11월 20일 남부 그라나다 인근에 있는 지하 70m 동굴로 내려간 뒤 500일 만인 이날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동굴에 들어갈 당시 헬멧 라이트 등 약간의 빛과 책, 종이, 연필, 뜨개질감만을 제외한 그 어떤 문명과 접촉하지 않고 혼자 생활했다.

이는 스페인 알메리아·그라나다·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극도의 고립 속에 인간 신체와 정신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연구팀은 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했지만, 500일 동안 대화나 접촉은 일절 없었다. 음식은 동굴 내 지정한 장소로 주기적으로 배달했다. 또 비상 상황을 대비한 '패닉 버튼'도 제공됐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한 기간을 모두 채웠다.

동굴에서 나온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플라미니는 "나는 나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500일 동굴의 시간에서 책 60권을 읽고, 글을 썼다. 또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는 등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동굴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지금 닥친 그 순간을 사는 게 비결이었다"면서 "잡생각 하지 않고 한 가지 행위에 몰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플라미니는 65일째부터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을 잃었다며,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160∼170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사람들이 내려와 이제 동굴을 떠나야 한다고 했을 때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했다. 500일이 지났다는 얘기를 듣고 플라미니는 ''벌써? 말도 안 돼. 아직 책을 끝내지 못했는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사실은 (동굴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플라미니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파리가 몰려들었던 때를 꼽았다. 그는 "파리가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는데 그냥 내버려 뒀더니 파리가 내 온몸을 뒤덮게 됐다.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건강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화장실 문제는 지정된 장소에 용변을 버리는 것으로 처리했으나 샤워는 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샤워를 못 했다. 하지만 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다. 500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00일 만에 마주하는 햇빛에 시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를 쓰고 지상으로 올라온 플라미니는 얼굴 한가득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현지 매체들은 플라미니가 세운 기록은 인간이 홀로 동굴에서 보낸 최장 기록인 것으로 보이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 같은 종목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의 도전은 향후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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