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00에 60' 공식은 옛말"…치솟는 월세에 짐싸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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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4-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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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 이화여대 인근 원룸 평균 월세가 83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23일 서울 서대문구 공인중개사 유리창에 원룸·오피스텔 광고지가 붙어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재계약할 때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해서 다른 방을 찾았는데 너무 비싸서 그냥 살아요."

서울 마포구 대흥동 오피스텔에 사는 변모씨(23)는 지난 2월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했다. 집주인 요구로 월세를 지난해보다 5% 올려줘야 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변씨는 "이 동네서 더 살고 싶지만 월세가 부담스러워 이사 가려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대학가 원룸 월세 1년 전보다 15%↑

서울 주요 대학가 오피스텔·원룸 가격이 크게 올라 대학생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고물가로 공과금이 크게 올랐고 대학생뿐 아니라 저렴한 방을 찾는 직장인이 대학가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이 지난 3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59만6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만7000원보다 15.14% 올랐다. 이화여대 인근 원룸 평균 월세가 83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연세대(69만5000원), 중앙대·한양대(65만5000원), 고려대·서강대(62만원)가 뒤를 이었다. 

23일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올해 월세 부담이 늘어 자취방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신촌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모씨(22)는 "이화여대 앞 원룸 가격이 크게 올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은 그냥 넘는다"며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생 박모씨(21)는 "특히 올해 이화여대에 편입해 방을 구하는 친구들이 월세 부담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집주인들 "고물가에 어쩔 수 없는 선택"

인근 공인중개사 윤모씨(63)는 고물가 탓에 원룸과 오피스텔 모두 보증금 1000만원당 월세가 지난해보다 5만~10만원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학부모들은 월세가 부담돼도 대체재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원룸 주인들도 가파른 물가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대현동에서 원룸 9가구를 23년간 운영 중인 강모씨(87)는 올해 처음 월세를 5% 올렸다. 강씨는 "건물이 노후화돼 월세 인상에 고민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지난 2월(4.8%)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농산물·석유류 등 원자재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올랐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공공요금인 전기·가스·수도요금은 28.4% 올랐다. 2월(28.4%)에 이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물가에 직장인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더해지면서 월세 상승 폭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서울 주요 대학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스·전기요금 등 월급 빼고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며 "대학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대학가는 전통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라며 "월세 부담으로 서울 지역 직장인들이 대학가에 몰리다 보니 대학가 오피스텔·원룸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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