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현지시간) 파리 3구 한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자진 탈당과 조기 귀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꼬리 자르기’라고 규정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데칼코마니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송 전 대표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큰 그릇’이라는 호평과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체류 중이던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고 관련 녹취가 처음 공개된 지 열흘 만에 내놓은 입장이었다. 송 전 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이상 파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8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송 전 대표는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송 전 대표 기자회견에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단한 발표라도 할 것처럼 떠들썩한 기자회견을 자처했지만 그저 핑계와 꼼수만이 가득한 ‘국민 분노 유발극’이었다”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정치적 책임 운운했지만 결국 국민이 아닌 민주당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할 일 다했다는 듯한 꼬리 자르기 탈당”이라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의 결단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이 대표의 대처 방식과 닮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 수석대변인은 “돈봉투 사건을 전혀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송 전 대표 모습은 이재명 대표의 과거 모습과 데칼코마니”라며 “자기 측근들의 죽음에도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 대표가 송 전 대표에 코칭을 한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쩐당대회 돈봉투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사람은 바로 당선자인 송 전 대표”라며 “검찰은 돈봉투 의혹에 대한 전모를 신속히 밝히고, 이번 게이트의 몸통이 누군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를 옹호하는 당내 목소리도 감지됐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23일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는)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집이 없는 드문 동세대 정치인”이라며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임은 보증한다”고 적었다. 김 의장은 “당대표 시절 자신이 정했던 대로 ‘탈당해서 증명하고 돌아온다’는 룰을 실천했다”며 “당을 생각한 그의 마음이 모두에게 무겁게 다가가 울릴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상임고문은 “역시 큰 그릇 송영길”이라며 “자생당생(自生黨生·자신도 살고 당도 살렸다)했다”며 “반드시 이겨 당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송 전 대표의 탈당 결정은 위기 극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송 전 대표 본인이 탈당한다고 달라지는 게 대체 무엇인가”라며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번 의혹은 송 전 대표 개인이 아닌 민주당 전체의 문제이니 빠르고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검찰조사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송 전 대표만 귀국해서 검찰 조사를 받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누가 연관이 됐고 대체 얼마씩 받은 건지 밝혀내야 한다”며 “일반 주식회사 등에도 자체 감사기관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 민주당에서 진상 규명을 통해 함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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