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이 같은 외국인 총수에 대해 엇갈린 지정 결과를 내놓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반면, 같은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3년 연속으로 총수 지정을 피했다. 친족이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동일인 지정이 달라진 셈이다.
OCI-쿠팡 동일인 지정에 희비 엇갈린 이유 셋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기업집단 측의 지정자료 제출요청으로 동일인, 배우자, 동일인 2세의 국적 현황을 공식적으로 파악한 결과, OCI의 동일인인 이 부회장이 미국인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 외에도 배우자가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동일인 2세가 외국국적(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국적자의 집단명과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OCI와 달리 쿠팡은 올해도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총수 지정을 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규제 대상 회사의 범위 △기업집단 측의 동일인 변경 의사 △최상단 회사를 다르게 해석한 이유로 꼽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OCI는 동일인 친족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기업집단이어서 동일인을 법인으로 변경하게 되면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면서 "쿠팡은 국내에 김범석의 국내 개인 회사, 국내 친족 회사가 없어서 사익 편취의 규제 대상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업집단 측의 동일인 변경 의사와 관련해서는 "OCI는 2018년 이우현으로 동일인이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쿠팡은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데 별도의 기준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해 가령 주가 하락 등이 발생하면 투자자 국가분쟁, 소위 ISD 소송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상단 회사와 관련해서는 쿠팡은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쿠팡 INC.이 미국 법인인 반면 OCI는 국내 법인이어서 차이가 존재한다고 봤다.
외국인 총수 지정, 내년에는 쿠팡도 가능해지나
향후 재벌가 3·4세가 경영 일선에 나설 경우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창업자와 같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동일인 판단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예규) 제정을 통해 2021년부터 실무적으로 운영해온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하고 동일인 판단의 구체적 기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개최된 기업집단정책 네트워크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올 상반기 중 행정예고하면 내년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 발표에는 외국국적의 동일인 지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의 통상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 위원장은 "2021년부터 실무적으로 동일인 확인 절차를 운영해 왔지만 명문화된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올해 중 제정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조금 더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집단 기준도 변경…기업 부담 줄어들 듯
내년부터는 대기업집단의 기준도 변경된다. 전면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2024년부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액(GDP)의 0.5% 이상인 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 지분과 내부 거래 현황 등을 신고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그간 국민경제 규모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공시집단 지정기준은 변동이 없어 경제여건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시집단 기준은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2조원 이상이었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 15년째 5조원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총 82개로 2009년(48개)보다 70% 늘었다.
공정위는 공시집단도 현행 상출집단 지정기준과 유사하게 GDP에 연동하는 방안, 자산 기준금액을 조정(상향)하는 방안 등 현재의 경제상황에 적합한 지정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공시집단 지정기준 조정으로 인해 공시제도를 통한 시장의 감시기능이 약화되거나 사익편취규제대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공시집단 지정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시집단 지정기준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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