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중처법 위반 '첫 실형'…경영계 "가혹한 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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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신진영 기자
입력 2023-04-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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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합뉴스]

법인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시행이 되고 최초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경영계에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중처법 위반을 한 기업들이 줄줄이 철퇴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가중된다. 중처법은 시행될 때부터 모호한 책임 소재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위헌 논란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처법에 대한 산업계 혼란은 점점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처법 2호' 한국제강 대표 징역 1년···법 시행 이후 '첫 실형'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이날 중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성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국제강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 보수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근로자 A씨가 무게 1.2톤인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성씨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책임자로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성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은 여러 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사고를 기업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견지에서 경영책임자 개념을 신설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을 부담하게 하고자 한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경영계 "과한 처벌로 경영 불확실성↑"
선고 직후 양대 노총은 "중대재해에 따른 실형은 당연하지만 형량이 가볍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중처법과 관련해 대표이사가 첫 실형을 받은 것을 두고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다. 향후 중처법 위반으로 기업경영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원청이라는 이유로 더 무거운 책임이 부과됐다는 것에 매우 우려스럽다"며 "현장의 안전보건조치 여부를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는 대표이사에게 단지 경영책임자라는 신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엄격한 형벌의 잣대를 적용하는 건 매우 가혹한 처사"라고 했다. 

임 본부장은 "원청도 하청근로자의 안전확보를 위해 일정부분 책임이 있겠지만, 고용계약 관계나 현장 지휘·감독 권한이 없는 원청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형벌체계의 균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국제강 대표이사는 징역 1년, 법인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하청대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총은 "대표이사 실형 선고로 중처법에 의한 경영리스크가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향후에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며 "산업현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처법 위반에 대한) 과도한 처벌로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중처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어디까지 그룹 총수 책임...위헌 논란도 '미해결'
경영계에선 중처법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처법 시행령 4조에 따르면 보건관리체계 구축이나 이행과 관련해 사업자의 의무 사항이 담겨 있다. 중처법 시행령 4조 7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사항을 듣는 절차를 진행하고 개선방안을 마련,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현장 안전 의무를 불이행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행령 4조에 따르면 '반기 1회 이상 안전·보건 확보에 대한 종사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처벌 대상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SK지오센트릭·현대제철·여천NCC·쌍용C&E 등도 중처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처법 위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0월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은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같은 해 6월 직원 16명이 유해 화학 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폼)에 급성 중독돼 독성 간염에 걸린 사고로 기소됐다. 창원지법이 신청을 받아들이고 헌재에 정식으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해야 헌재의 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중처법 위헌 여부 판단이 늦어질 수록 산업현장의 혼선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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