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전기차 시장 지배 야망에 미 자동차 회사 포드와 중국 배터리 회사 CATL의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는 한국의 3대 배터리 회사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 정부가 이달 발표한 IRA 세액공제 혜택 대상 전기차 22종 가운데 17종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한국의 3사 모두 북미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포드가 CATL과 손을 잡은 것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포드는 최근 미시간주에 35억 달러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되, CATL은 해당 공장에 기술만 제공하는 게 골자다.
FT는 “이는 IRA의 일부 보조금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나, 포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터리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며 “(포드와 CATL의 계약은) 미국 배터리 시장을 재편하고 한국 기업의 진출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팀 부시 UBS 전기차 배터리 부문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포드를 통해 미국 시장으로 다시 진출했다”며 “이는 한국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IRA는 미국에 기반을 둔 전기차 공급망에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일정량 이상의 중국산 재료를 사용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를 보류하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현행법상 미국 기업이 중국 등과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한국 3사는 모두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MC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전문으로 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성능은 더 좋다.
전문가들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는 NMC 배터리가 더 적합하다고 보지만, 치열한 전기차 할인 경쟁 속에서 저가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LFP 배터리 사용이 필수다.
CATL에 이어 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LGES)은 애리조나주 제조단지에 55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23억 달러는 LFP 배터리 생산 공장에 할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LFP 대량 생산으로 선회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는 “중국은 수십 년 동안 LFP 기술을 연마했다”며 “한국은 LFP 생산에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포드와 CATL의 계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점에 비춰볼 때 해당 계약은 무산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계약이 추진된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비(非)중국 기업의 영향력은 약화할 것이란 게 중론이라고 FT는 전했다.
아울러 IRA의 불확실성도 한국 배터리 회사에는 부담이다.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 간 1조2000억원 규모의 전구체 공장 건설 계획 등을 미국 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아직 확실치 않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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