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에서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 반도체 물량 대체 거부 요구와 함께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심사 기준의 독소 조항은 주권 침해 요소가 크다"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 2월 미국은 520억달러(한화 약 68조 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중국 내 반도체 투자 제한 △초과 이익 반환 △기밀정보 일부 제공 등을 내걸었다.
양 의원은 미국의 이같은 요구를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독소 조항"이라고 평가하며 "정부는 한국의 메모리 판도체 패권을 지렛대로 국내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예외 연장, 미 반도체 지원법 독소조항 재검토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 발제와 토론을 맡은 전문가들 역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입을 모아 역설했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 인력 수급 전망을 제시하며 인재를 공격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향후 10년 간 12.7만명의 반도체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행 공급 규모라면 반도체 인력은 10년 간 5만명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해외 유학생들의 자국 취업을 확대하고, 반도체 분야의 경우 해외 인력 채용을 촉진하는 입법 역시 검토 중"이라며 "대만은 산학 협력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인재들을 관리하는 플랫폼까지 별도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반도체 인력 양성 전략으로 △첨단 공정 인력 양성 △반도체 경험 확대 △학·석·박사 및 이후 과정 등 다양한 교육 수준 별 인력 양성 △지역별 특화 산업 육성 △소재·공정·시스템·소프트웨어 등 전문 분야 다양화 등을 제시했다.
또 미국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국내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국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대학에서 귀국한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외국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도 덧붙여 제안했다.
한국이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더욱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기반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반도체 후공정(패키징)이 가능한 기업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팹리스(설계) 측면에서는 인재 양성을 강조하며 '시스템 아키텍트'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개별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각 기술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가진 전문가인 '시스템 아키텍트'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이해 관계에서 한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 수는 "미국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부문에서 '태평양 지역'을 사수하려고 한다"며 "이와 함께 중국에 맞설 자유 진영의 기술 동맹을 구축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필수 의존성을 확보하고, 반도체 기술 면에서 타 국가들과의 '초격자'를 벌여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다. 인재 양성으로 새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명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내놓은 초과투자수익률 환수와 기업의 핵심 정보 공개 관련 조항은 삭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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