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100만도 어려워"…한국영화에 등 돌리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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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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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스즈메' 등 높아진 일본 애니메이션 인기에 비해 주춤하는 한국영화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은 한국영화의 전성기였다. 5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해외 유수 영화제들에서 수상 소식을 전해왔으며 관객수는 2억명을 훌쩍 넘었다. 매출액은 1조9140억원으로 여느 때보다 풍성한 때를 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범유행으로 한국영화는 직격탄을 맞았고 극장은 처참히 무너졌다. 코로나19 범유행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이 등장, 관람료 인상 등은 영화계를 흔들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19는 영화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지난 3년 동안 관객들의 문화 소비 패턴과 관람 문화가 바뀐 것이다. 극장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하거나 마니아 관객들을 노린 애니메이션·콘서트 영화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만 살아남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3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월과 비교해서 3월 전체 매출액 63.2%, 전체 관객수는 51.0% 수준이었고 3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215억원으로 2019년 3월의 40.2%로 나타났다. 한국영화 매출 점유율은 26.8%,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은 25.1%를 기록했는데 이번 3월 관객수 점유율의 경우 팬데믹 기간이던 2020~2022년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3월 가운데서 가장 낮은 한국영화 점유율이었다. 반면 3월 외국영화 매출액은 586억원으로 전월 대비 5.3%(30억원)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205.8%(394억원) 늘었다. 3월 외국영화 관객수는 560만명으로 전월 대비 8.8%(45만명)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6.8%(365만명) 늘었다.

2023년 1~3월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29.2%였고 관객 점유율은 30.3%였다. 올해 1분기 한국영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했으나 2019년 동기의 26.7% 수준에 그쳤다. 2023년 1분기 한국영화 관객수는 2019년 동기의 21.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2023년 1~3월 외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1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6%(1224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9년 1분기 외국영화 매출(1683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2023년 1~3월 외국영화 누적 관객수는 175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5%(1024만명) 늘었다. '아바타: 물의 길'이 누적 매출액 473억원(누적 관객수 349만명)으로 2023년 1분기 전체 흥행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이 각각 446억원(누적 관객수 433만명), 342억원(누적 관객수 329만명)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며 2023년 1분기 전체 흥행 2위와 3위에 올라서 올해 1분기 외국영화 매출액이 2019년 1분기 대비 14.8%(250억원) 증가했다. 2023년 1분기 외국영화 관객 수는 2019년 1분기 대비 10.6%(209만명) 감소했다.

한국영화는 여느 때보다 위축된 상황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돌파도 어려웠다. 황정민·현빈 주연 '교섭'만 유일한 100만 돌파작이다. 내로라하는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출격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5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리바운드'가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 '존 윅4' '스즈메의 문단속'에 밀려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 제작사·투자 배급사들은 영화 개봉을 망설이고 있고 이렇게 창고에서 묵혀지는 작품만 해도 90여편에 달한다.

배급사 관계자 A씨는 한국영화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끼고 투자 배급을 받거나 홀드백  기간(극장 상영 뒤 다른 플랫폼에서 영화를 상영하기까지의 기간)을 짧게 하며 출혈을 막고 있다.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급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관객들의 문화 소비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 한국영화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체질 개선 등을) 변화할 수 있는 시점 같다. 기존의 투자 배급 시스템을 바꾸고 높은 퀄리티를 가진 작품에 투자한다면 관객들도 다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변화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이자 영화 '해운대' '국제시장' '영웅'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도 같은 의견이었다. 코로나19 범유행 후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관객들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유튜브·틱톡·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숏폼과 빠르게 보는 문화가 생겼고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 소비 시장이 생겼다. 관객 트렌드에 따라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었다고 본다"고 진단하며 "극장에서 볼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인이 그런 마음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고 한국영화를 외면하게 된 이유로 '관람료 인상'을 꼽기도 했다. 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인 영화 관람료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영화 선택에 더욱 신중해진다는 말이었다.

이에 관해 CJ CGV 황재현 담당은 "관람료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 같다"라며 관객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담당은 "외식과 같은 거다. 집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음식과 동행인과 교류하기 위해 외식하지 않나. 극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음식이 매우 맛있었다면 충분히 그 가치를 다하는 거다. 관람료보다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만족할 수 있도록 콘텐츠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발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배급사 관계자도 "결국 문제는 콘텐츠"라며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이미 높아진 관객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같은 상황일 것이다. 극장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 관람료 인하에도 관객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다음 달 한국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위기 극복 방안과 정부에 대한 요구, 대국민 호소 등 한국영화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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